연기자·가수 전방위 활약, 영화 제작 분야까지 ‘부산 파워’ [新 문화지리지 2022 부산 재발견] 13.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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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문화지리지 2022 부산 재발견] 13. 부산 출신 대중문화인

숫자 10배 이상 늘고 활동 무대도 넓어져
‘부산 연극판서 내공 쌓고 서울 진출’ 옛말
연예기획사 오디션·직접 캐스팅 입문 늘어
국민가수 나훈아, 글로벌 스타 정국·지민
‘천만 감독’ 윤제균·유호진 PD 등 ‘맹활약’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 있는 BTS 정국·지민 벽화. 윤민호 yonmino@naver.com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 있는 BTS 정국·지민 벽화. 윤민호 yonmino@naver.com

“부산 사나이답게 묵묵히 배우 생활하고 있습니다. 부산 촬영이 있으면 큰 힘을 받습니다.”(조진웅)

“고향 부산은 정말 귀한 곳입니다.”(정우)

“부산에서 부일영화상을 받으니 금의환향한 기분이에요.”(임시완)

“푸른 광안리 바다 보면서 연기 연습한 시간이 배우 생활 자양분이에요.”(윤사봉)

“부산의 딸 자랑스럽게 돌아왔습니다.”(김슬기)

“부산은 저를 꿈꾸게 한 곳이에요.”(안보현)

“고향 부산은 제게 언제나 따뜻하고 너른 품이죠.”(박세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부산 출신 배우들이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0여 년 전 ‘新문화지리지-2009 부산 재발견’ 기획에서 114명이었던 부산 출신 대중문화인은 2022년 기준 1255명으로 껑충 뛰었다. 활동 무대도 넓어졌다. 이젠 극장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안방극장 채널마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부산 출신 대중문화인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달라진 대중문화계 흐름을 살펴봤다.


■‘반짝반짝’ 연기자-방송인 직군

부산 출신 대중문화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직군은 방송-연기자 직군이다. 탤런트와 영화배우, 방송인을 아우르는 이 직군은 1128명으로 전체 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리는 대형 스타가 여럿 있다. 배우 공유, 강동원, 이재용, 유재명, 조진웅, 정우 등이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도깨비’ 영화 ‘부산행’ ‘밀정’의 공유를 비롯해 영화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마스터’ ‘브로커’의 강동원은 20년 넘게 정상 자리를 지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조진웅, 유재명, 정우는 최근 10여 년 동안 충무로 ‘신스틸러’에서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부산 남구 출신인 조진웅은 경성대학교를 졸업한 ‘진짜 토박이’. 방송에서 롯데 자이언트의 열혈 팬임을 여러 번 밝히고 공식 석상에서도 부산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된다. 올해 초 영화 ‘경관의 피’로 관객을 만난 그는 영화 ‘대외비’와 ‘데드맨’의 주연으로 영화 마을에 돌아올 예정이다.

유재명의 행보도 만만치 않다. 부산대 극예술연구회와 부산의 극단에서 연기 생활을 한 유재명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주연 자리를 꿰차며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드라마 ‘비밀의 숲’과 ‘이태원 클라쓰’ 영화 ‘명당’ ‘소리도 없이’ 등이 있다. 영화 ‘소방관’과 ‘행복의 나라’ ‘하얼빈’ 등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로 시청자를 만난 정우도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일명 ‘쓰레기 오빠’로 스타덤에 오른 정우는 이후 카카오TV 웹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X’과 넷플릭스 ‘모범가족’, 영화 ‘이웃사촌’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등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주연급 배우로 우뚝 섰다.

올해 부일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임시완과 인기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라는 유행어를 남긴 박해준도 부산이 고향이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연예계에 데뷔한 임시완은 이듬해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연기를 시작한 뒤 연기 내공을 쌓아오고 있다. 올해에도 드라마 ‘트레이서’로 시청자를 찾은 데 이어 지난달부터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로 안방극장 나들이 중이다. 박해준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과 영화 ‘비상선언’ ‘서울의 봄’에 출연했다.

작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신스틸러’도 여럿 보인다. 배우 강말금과 태인호와 고창석, 김홍파, 정은채, 김인권 등이다. 특히 강말금은 “능숙한 부산 사투리도 자신 있으니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도 꼭 한번 출연해 보고 싶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최근 10여 년간 눈에 띄는 건 달라진 연예계 진출이다. 이전엔 주로 부산 연극판에서 연기 내공을 쌓거나 대학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면, 이젠 연예기획사의 공개 오디션에 응시하거나 직접 캐스팅으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들이 훌쩍 늘어났다.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안보현도 이런 케이스다. 사하구 출신인 안보현은 모델로 데뷔한 뒤 2014년 ‘골든 크로스’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유미의 세포들’ ‘군검사 도베르만’ 등에 출연했고, 2023년에는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와 영화 ‘2시의 데이트’의 주연으로 대중을 찾을 예정이다.

방송인으로는 이경규, 김숙, 신봉선, 김태현, 김원효, 이용주 등이 맹활약하고 있다.

중구 광복동 ‘엔터테이너 거리’ 설운도 발자국 동판. 윤민호 yonmino@naver.com 중구 광복동 ‘엔터테이너 거리’ 설운도 발자국 동판. 윤민호 yonmino@naver.com

■‘우리도 잘나가요’ 가요계 스타들

가수 직군도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발라드 가수와 래퍼, 아이돌 그룹까지 전방위에 포진해 가요 팬을 만나는 중이다.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연습생 기간을 거친 이들뿐 아니라 각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리며 가요 무대에 속속 오르고 있다.

‘가요계 대부’인 가수 나훈아와 설운도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특히 나훈아는 지난해와 올해 부산 벡스코에서 콘서트를 열고 남다른 ‘부산 사랑’을 드러냈다. 2021년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무대에 올라 “부산 동구 초량2동 452번지가 내 고향”이라며 “다른 무대에 못 서도 내 고향 사람들은 꼭 만나고 싶었다”고 애정을 전한 바 있다.

어느덧 가요계 선배가 된 가수들도 찾아볼 수 있다. 가수 이승환을 비롯해 그룹 2PM의 장우영, 씨앤블루의 정용화, 에이핑크 정은지, 2AM의 이창민 등이다. 다만 이승환은 어린 시절 상경한 케이스라 부산 출신이란 타이틀을 온전히 붙이기엔 한계가 있다. 장우영과 정용화, 정은지, 이창민 등은 그룹 활동을 넘어 활발한 개인 활동도 하고 있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으로 우뚝 선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과 지민도 부산 출신이다. 두 사람은 10월 열린 2030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에서 남다른 부산 사랑을 밝혀 주목받았다.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는 정국과 지민을 그린 벽화가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느낄 수 있는 ‘관광 루트’도 생겼다.

가요계 ‘젊은 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래퍼 빅원을 비롯해 그룹 골든차일드의 Y, 강다니엘 등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해운대구 영화의거리에 있는 윤제균 감독의 영화 ‘해운대’ 특별존. 윤민호 yonmino@naver.com 해운대구 영화의거리에 있는 윤제균 감독의 영화 ‘해운대’ 특별존. 윤민호 yonmino@naver.com

■‘K콘텐츠 이끄는’ 영화감독·프로듀서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연출가와 제작자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 부산 출신 영화 감독과 프로듀서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부산 파워’의 내실을 키우고 있다.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천만 영화를 두 편이나 낸 윤제균 감독이 대표적이다. 주목할 만한 건 윤 감독이 낸 천만 영화 두 편이 모두 부산 배경 작품인 점이다. 윤 감독은 올 7월부터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를 맡아 영화 연출과 콘텐츠 다양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달 말에는 뮤지컬 영화 ‘영웅’으로 8년 만에 극장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넷플릭스 ‘수리남’과 영화 ‘공작’ ‘군도: 민란의 시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쟁’ ‘비스티 보이즈’를 만든 윤종빈 감독도 대표적인 부산 출신 영화인이다. 영화 ‘클로젯’과 ‘검사외전’ 등의 제작에도 참여했을 만큼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곽경택 감독은 영화 ‘소방관’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곽 감독이 만든 부산 배경의 영화 ‘친구’는 개봉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대중 사이에서 회자되며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후 선보인 영화 ‘극비수사’와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 ‘니나내나’를 연출한 이동은 감독과 ‘사상’을 만든 박배일 감독, ‘뷰티풀 데이즈’ ‘파이터’ ‘송해 1927’의 메가폰을 잡은 윤재호 감독도 부산 출신 연출자다.

예능계 큰손으로 불리는 유호진 PD와 예능계 떠오르는 혜성인 장시원 PD도 부산 출신이다. 유 PD는 ‘뮤직뱅크’와 ‘해피선데이’ ‘1박 2일 시즌3’ ‘어쩌다 사장’ 등을 만들었다. 장 PD는 ‘도시어부’와 ‘최강야구’ 등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부산영상위 BMDB 각 연예기획사 자료 집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부산영상위 BMDB 각 연예기획사 자료 집계.

■전국구 활동 중심…‘부산 출신’ 타이틀 ‘호불호’ 갈려

부산 출신 대중문화예술인의 모임인 ‘갈매기의 꿈’은 배우 변우민을 회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엔 부울경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오시리아 문화예술타운인 쇼플렉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동향이라 그저 반갑다’는 말은 대중문화계에선 통하지 않는 듯하다. 예전엔 연령대가 어릴수록,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부산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반기지 않았지만, 이젠 활동을 막 시작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추세다. 표준어 연기를 주로 하는 특성상 대사에 진한 사투리 억양이 있을 거란 선입견이 있을 수 있고, 연예 활동 반경에 제한이 생길 수 있는 걸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자신의 입지를 어느 정도 굳혔거나 안정적인 활동을 보이는 대중문화인은 ‘부산 출신’ 타이틀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있다. 또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긴 했지만, 본인의 자력으로 꿈을 이룬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연고에 연연하지 않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했다.

특별취재팀=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그래픽=비온후 김철진 대표 beonwhobook@naver.com

부산일보사·부산문화재단 공동기획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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