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주말] 연말 극장가 2파전…아바타 볼까, 영웅 볼까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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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성탄절입니다. 평소 극장을 멀리 하던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이나 지인과 함께 영화관을 찾는 때입니다. 마침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던 ‘아바타’(2009) 후속편이 지난 14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지난 21일 한국 뮤지컬 영화 ‘영웅’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아직은 ‘아바타2’의 아성을 넘기엔 역부족입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영화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도 관객을 찾아옵니다. ‘박싱데이’를 맞아 내년 1월 초까지 많은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주요 경기도 미리 살펴봤습니다.


■ 블록버스터 가족영화 ‘아바타2’

영화 ‘아바타’ 이후 13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은 시각 효과의 한계를 넘어선 화려한 영상미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영화 속 배경인 ‘판도라’ 행성의 수중 세계를 환상적으로 구현해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아바타2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네이티리(조이 살다나) 가족이 판도라를 다시 침공한 인간들로부터 당하는 위협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인간들을 피해 숲을 떠난 제이크 가족은 낯선 바다의 산호초 부족 사이에서 ‘전쟁 난민’으로 정착하면서 숱한 갈등과 위기를 겪습니다.

아바타에서 그랬듯 아바타2의 스토리 라인도 단순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희생정신을 나타내는 주인공과 어떻게 하든 주인공을 제거하려는 악당, 결국엔 주인공이 승리하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조를 따릅니다.

이에 일부 영화 비평가들은 스토리 구성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아바타2의 영상미가 완벽에 가깝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영화 개봉 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했던 비평가들은 아바타2에 대해 ‘시각적 걸작’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믿을 수 없는 시각효과’ 등 극찬을 쏟아냈습니다.

실제 기자가 아이맥스 3D로 만나본 아바타2는 ‘시각적 걸작’이라 불려 마땅합니다.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각종 해양 생물들은 모험심을 자극합니다. 특히 혹등고래를 닮은 거대 생물체 ‘툴쿤’이 바닷속을 유영할 때는 웅장함을 넘어 경외심마저 느껴집니다.


아바타2의 한 장면. 아바타2의 한 장면.

액션신도 영상미 못지않게 화려합니다. 산호초 부족과 제이크의 가족이 최첨단 무기를 앞세운 인간과 맞서 정면 대결을 펼치는 대규모 전투신은 생생하면서도 박진감 넘칩니다. 툴쿤을 마구 사냥하던 인간들이 톡톡히 대가를 치르는 데서 자연을 중시하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의분이 엿보입니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2에서 자연 보호보다도 중점을 둔 핵심 메시지는 ‘가족애’ 입니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오열하는 제이크 가족의 감정선에 몰입하다 보면 가족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에 얼마나 공감하는 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근처에 있던 젊은 커플이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남성은 “가족애를 쓸데없이 강조하는 것 같지 않느냐”며 공감하지 못한 반면, 여성은 “나는 그래서 좋았는데”라고 답하는 걸 보았습니다. 평소 가족에 대한 태도나 관점에 따라 이처럼 평가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역시 192분의 러닝타임입니다. 전개가 비교적 느린 중반부는 살짝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1편이 워낙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탓에 2편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규모 면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1편은 인간 전체와 나비족의 대결 양상으로 그려진 데 반해, 2편은 갈등의 스케일이 비교적 축소됐습니다. 2024년 개봉하는 3편을 위해 나름의 ‘힘 빼기’를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 호불호 명확히 갈리는 ‘영웅’…뻔한 연출 아쉬워

한국은 뮤지컬 영화의 불모지입니다. 그동안 기존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가 없었는데, ‘영웅’이 그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영웅’은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으로 ‘쌍천만’ 신화를 쓴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작품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는 과정을 다룬 동명의 창작 뮤지컬을 각색했습니다. 원작 뮤지컬에서 13년째 안중근을 연기해온 배우 정성화가 그대로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또 김고은, 나문희, 조우진, 배정남, 박진주 등 익숙한 배우들도 등장한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모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웅’엔 호불호가 갈릴 요소들이 많습니다. 윤제균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준 장점과 단점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재밌게 본 관객은 감동을 느낄 수 있겠지만, 윤 감독 특유의 신파성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자는 후자에 속하기 때문에 매우 주관적인 혹평을 남기겠습니다.

잘 만든 영화는 도입부부터 판가름 납니다.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인 만큼, 감독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에 좋습니다. ‘영웅’ 역시 관객을 압도하기 위해 초반부터 대규모 전투신을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공들인 것에 비해 결과물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적군의 총탄에 쓰러지는 아군, 죽어가는 동료를 보며 흘리는 눈물, 남발되는 슬로모션…2000년대 초반 전쟁영화에서나 볼 법한 진부한 연출이 실망감을 자아냅니다.

역시 극의 초반에 집중된 코믹 요소도 호불호가 갈립니다. 일제강점기 영화를 마냥 무겁게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은 좋지만,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는 비평도 나옵니다. CGV 실관람평에선 “안중근 의사를 다루면서도 개그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명성황후의 복수를 다짐하는 ‘설희’(김고은 분) 캐릭터도 장단이 확실합니다. 김고은의 가창력과 연기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이 영화의 최대 수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원작과 달리 설희의 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안중근의 감정과 서사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극 중반까지는 ‘누가 주인공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 ‘영웅’에서 최고의 명장면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단연 ‘누가 죄인인가’를 열창하는 대목일 겁니다. 뮤지컬 속 안중근 의사가 재판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을 하나하나 열거하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3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누가 죄인인가’를 스크린으로 충실히 옮기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원작을 재연하는 수준에 그쳤고, 그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지는 못했습니다. 극적인 효과랍시고 줌인과 줌아웃만 반복하니 아쉽습니다. 배우 정성화의 열연만 돋보입니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 여사가 아들의 사형 선고 소식을 들은 뒤 부르는 노래입니다. 비통한 가사에 나문희의 명연기가 더해져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물론 이 장면 역시 신파성에 이골이 난 관객들에겐 별로 와닿지 않겠습니다.

영화관을 나와 ‘왜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곱씹어 봤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연출입니다. 뮤지컬 영화만의 참신하고 색다른 연출은 온 데 간 데 없고, 어디서 본 듯한 뻔하고 촌스러운 장면이 이어집니다. 김고은의 독창은 ‘알라딘’(2009)의 ‘Speechless’가 떠오르고, 수많은 인파가 거리에 모여 부르는 ‘그날을 기억하며’는 ‘레미제라블’(2012) 속 ‘인민의 노래’를 연상시킵니다. “성의 없이 나열과 전시만 해뒀다”는 CGV 실관람평에 깊이 공감합니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힘이 들어갔습니다. 감정을 서서히 고조시키고 클라이막스에서 터뜨려야 감동을 받기 마련인데, 시종일관 감정이 폭발하는 신이 난무하니 각 시퀀스가 뚝뚝 끊어져 감정이입도, 이야기 몰입도 되지 않습니다. 편곡에서도 에너지가 과합니다. 몇몇 곡은 배경음악 소리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노래만 부르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웅’은 23일 오후 3시 현재 20만 485명의 관객을 동원해 ‘아바타2’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 있습니다. 1위 ‘아바타2’의 누적 관객 수는 367만 여명입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토트넘과 OGC 니스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토트넘과 OGC 니스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카타르 월드컵은 갔지마는 EPL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끝났지만 EPL이 돌아왔습니다. 마침 ‘박싱데이’라 성탄절 다음날부터 내년 1월 초까지는 주중에도 EPL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올해 성탄절은 일요일이라 아쉽게도 당장 이번 주말에 경기를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26일 월요일 저녁부터는 당분간 평일 저녁에도 EPL 경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박싱데이 첫 경기는 손흥민의 토트넘과 브렌트포드의 경기입니다.

브렌트포드와 토트넘의 2022-23시즌 EPL 16라운드 맞대결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26일 오후 9시 30분 브렌트포드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립니다.

이번 월드컵은 이례적으로 겨울에 열린 탓에 결승전이 끝난 지 일주일 만에 EPL이 재개됐습니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뛴 선수들이 많은 토트넘은 부상과 체력 문제 등으로 불리한 입장입니다.

우선 주전 공격수였던 브라질의 히샤를리송이 허벅지에 부상을 입어 출전이 불가합니다. 히샤를리송은 8강 크로아티아전을 앞두고 훈련 중 햄스트링을 다쳤지만 무리해서 출전, 84분을 더 뛰었다가 부상이 악화돼 6주 정도 결장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과 만났던 우루과이의 벤탄쿠르도 뛰지 못합니다. 지난 3일 열렸던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내전근 부상을 입은 그는 3주의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손흥민도 출전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안면보호 마스크를 쓰고 뛰어야 해 제 기량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수비진에서도 공백이 있습니다. 결승에서 120분의 혈투를 벌였던 우고 요리스(프랑스)와 크리스티안 로메로(아르헨티나)는 다시 수비진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지만, 벤 데이비스(웨일스)는 당분간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스는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경기 중 입은 복부 부상으로 한 달 정도 결장해야 합니다.


지난 20일 울버햄튼과 길링엄의 잉글리시 리그컵 경기 중 울버햄튼 공격수 라울 히메네즈가 팀의 첫 번째 골을 넣자 동료들이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일 울버햄튼과 길링엄의 잉글리시 리그컵 경기 중 울버햄튼 공격수 라울 히메네즈가 팀의 첫 번째 골을 넣자 동료들이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브렌트포드와 토트넘의 경기에 이어 27일 오전 0시에는 에버튼과 울버햄튼의 경기도 볼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극적인 역전골을 넣은 황희찬의 활약 여부도 기대됩니다. 같은 시각 아스톤 빌라와 리버풀, 아스널과 웨스트햄 등 경기도 펼쳐집니다.

또 ▲28일 오전 2시 30분 첼시-본머스 ▲28일 오전 5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노팅엄 포레스트 ▲29일 오전 5시 리즈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 등 평일 새벽에 빅클럽 경기가 잇따라 진행됩니다.

이번 시즌 EPL의 흥행 여부는 아스널과 맨시티의 우승 경쟁 구도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아스널은 승점 37(12승 1무 1패), 맨시티는 승점 32(10승 2무 2패)로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을 5위로 마무리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따내지 못한 아스널이 예상 밖의 선전을 보여주면서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아스널이 부상과 수비 불안으로 시즌 중반에 ‘자멸’하던 고질병만 고친다면 19년 만의 리그 우승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아르데타 감독의 아스널이 월드컵 이후에도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축구 팬들의 관심이 쏠립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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