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춘문예-시 당선소감] 시의 멍석, 정다운 자리면 좋겠습니다
땡볕을 업고 이삭을 주울 때면 할머니는 되뇌셨습니다. 자갈밭이라도, 우리 땅에 농사 한번 짓겠다고. 꿈을 이루셨습니다. 철길 걷어낸 땅. 그야말로 자갈밭. 콩을 심어 콩이 떨어지면 자갈 속에 숨어 찾으려 자갈을 헤치면 더 밑으로 빠지고. 자갈을 거의 걷어내 땅이 제 모습을 보일 즈음...... 이후로 밭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밭에 뿌리지 못한 땀을 요행히 교단에 쏟게 되었습니다. 서른여섯 해. 창작과 감상보다 입시를 위한 수업. 점수를 얻으려고 쪼개고, 부풀리느라 스스로도 재미가 없는데 듣는 아이들은 오죽했을까요. 가끔 시를 써서 들려주었습니다. 밭에 못 뿌린 씨가 마음 밭 시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성적에서 벗어나면 착한 아이가 됩니다. 쓴소리, 흰소리 없는 애독자들의 환호성. 약이 독이 되었죠. 지루함을 모면하려는 아이들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론서에 인용된 작품은 경이로웠죠. 짚으로 비단옷을 짤 수 없었습니다. 멍석이나 짜야 했습니다. 멍석말이나 안 당한다면, 발에 밟히든 쥐가 갉아먹든, 도란도란 둘러앉는 정다운 자리라면 좋겠습니다. 자갈 속에 빠진 콩알 하나 주우려고 자갈을 골라내었듯 걷어내고 빼려 합니다. 모양 없고 거친 멍석 한 장 펼치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신 부산일보사와 심사위원께 감사드립니다. 끝물인 사람에게 이런 큰 영광과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을 주시다니. ‘이런 걸 누가 본다고!’ 촌철살인을 아끼지 않은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약력 : 1958년 경남 밀양 출생, 경북대 국문과 졸업, 전 혜광고 교사, 제1회 사하모래톱문학상 시 최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