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마치 기다린 듯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제정”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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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업무 보고에서 공식화
예비타당성 조사 등 면제 가능성
국비 투입까지 기정사실화 분위기
가덕신공항 ‘산 넘어 산’과 대조

국토교통부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를 상반기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예정지인 경북 의성군 비안면 전경.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를 상반기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예정지인 경북 의성군 비안면 전경.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신년 업무계획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를 올해 상반기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유례 없는 속도전이다. 가덕신공항 특별법 제정에 극력 반대하면서 끝까지 방해를 일삼던 국토부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일사천리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부산의 20년 숙원사업인 가덕신공항 건립에도 국비 확보 등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경북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일원에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하는 사업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중심으로 TK정치권에서 현재 특별법 제정을 강하게 밀어붙인다.


본래 대구 군공항 이전 사업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됐다. 이렇게 되면 민간 공항은 사전타당성 조사, 예비타당성 조사 등 일반적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통합신공항 자체를 특별법으로 만들면서 군공항과 민간공항 모두 정부 예산 지원이 이뤄지도록 설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이 공항은 기존 대구공항을 완전히 이전하면서 대구공항 이전 부지 매각비용으로 신공항을 설립하도록 얘기됐다. 하지만 TK정치권을 중심으로 신공항의 군공항 이전 사업에 ‘국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전환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별법을 만드는 이유도 국비 지원 내용을 담기 위해서다. 특별법을 만들게 되면 법적으로 공항사업이 정해지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아울러 배후 산업단지와 연결 교통망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의 내용도 담길 수 있다.

물론 특별법을 만드는 주체는 정치권이다. 하지만 국토부 역시 사업 추진에 긍정적인 의향을 밝히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3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토부의 역할이 있으면 언제든지 하겠다”며 “물론 특별법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국토부는 법안 내용 자체에 크게 무리가 있지 않다면 국회와 충분히 논의하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역시 “연내 법 제정이 돼야 한다”며 “다만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국비 지원은 기획재정부와 국방부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토부 내에서는 특별법 제정과 국비지원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문턱을 넘기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예산부서를 총괄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TK 지역 국회의원(대구 달성군)이다. 이미 그는 ‘국비 보조’가 가능하도록 만든 법안을 발의했다. 국비 지원의 규모와 방법 등 ‘디테일’의 문제이지 특별법에 국비 지원이 담기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부산으로서는 허탈하다. 가덕신공항을 성사시키기 위해 20년간 수많은 고초와 반대여론을 뚫고 특별법 제정이 이뤄졌는데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어떤 반대도 없이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주요사업으로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특히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면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의 국비 확보와 공기 단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도 기재부는 인프라 사업 예산을 최대한 절약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두 개의 공항이 동시에 추진되면 공항 건설에만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자칫 공기 단축은커녕, 사업비 확보가 어려워져 공기가 더 늦어질 우려도 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며 계류장과 유도로, 여객터미널 등 민간공항 분야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는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가덕신공항을 추진할 당시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이제는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에게 특별법 통과에 협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업무계획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이라는 문구를 포함시킨 것에 좀 놀랐다”며 “특별법 제정이 국회 소관이라고 하면서도 마치 국토부 소관인 것처럼 밝힌 것은 통합신공항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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