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P2P 금융 육성한다는데… 1곳만 살아남은 부산엔 ‘그림의 떡’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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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전·사업 철수 등 이유로
초창기 4곳 중 1곳만 겨우 생존
기관투자 허용 등 규제 완화 방침
수도권에 핀테크 생태계 뺏길 판

부산 유일 P2P 금융 타이탄인베스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부산 유일 P2P 금융 타이탄인베스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정부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금융)을 육성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지만, 정작 부산은 ‘금융 중심지’라는 이름이 무색한 상황이다. 부산에서 P2P 금융을 하던 업체는 초기 4개에서 현재는 1개로 줄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에서 P2P 금융에 종사하는 업체는 타이탄인베스트가 유일하다. 타이탄인베스트는 6년 전부터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부산 P2P 금융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타이탄인베스트가 창업했을 때만 해도 부산에는 4개 업체가 활동했지만, 당시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A업체는 사업 확장, 자금 조달 등을 이유로 서울로 떠났다. 나머지 두 업체는 지역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P2P 금융업이란 개인 간 금융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의 금융업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대출잔액은 1조 3800억 원 수준으로, 저축은행보다 다소 낮은 중금리 대출시장에서 주로 활동한다. P2P 금융은 은행 등 금융기관 대출의 틈새 상품을 노린다. 부동산개발 사업자의 저비용 자금 조달, 아파트 소유자의 생활자금 대출, 매출채권 자산 유동화, 저신용자의 중금리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도권에서는 48개 업체가 운영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제5차 금융규제 혁신위원회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해 P2P 금융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규제 혁신으로 P2P 금융업계의 숙원 사업이던 기관투자 유치가 가능해졌다. 또 3000만 원으로 규정된 일반 개인투자자 투자 한도도 5000만 원까지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 차원에서 P2P 금융 육성책을 내놨지만, 부산의 경우 기존 인프라 부족으로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과 경남에서 유일하게 활동하는 타이탄인베스트는 개인 신용대출은 현재 하지 않고 부동산금융 중심으로 대출과 펀딩에만 주력하고 있다. 올해부터 개인 신용대출을 진행할 예정이나 1곳의 서비스만으로 새로운 시장을 확장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인력 양성, 창업 지원 등 적극적인 부산시의 육성책이 없을 경우 ‘금융 중심지’ 부산에서 핀테크의 주요 부분 중 하나인 P2P 금융을 수도권에 모조리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타이탄인베스트 최진호 대표는 “2015년 시작된 핀테크 산업의 혁신적 모델인 P2P 플랫폼을 개발할 IT 인력이 지역에는 극소수여서 개발은 물론이고 운영 인력조차 구하기 힘들다”며 “인력을 구할 수 없어 결국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한 핀테크 산업에 투자할 VC(벤처캐피탈)가 지역에는 전무하다는 점도 부산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최 대표는 “1개 기업만으로는 지역의 P2P 금융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지역 수요자들은 서울의 여의도로 가는 불편과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역 기반의 업체가 늘어나야 부산의 P2P금융 생태계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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