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자수익만 53조’ 거둬들인 8개 시중은행…與 ‘예대마진’ 정조준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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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예금금리↓, 대출금리↑ 이자장사 혈안…국민 ‘고통’”
정우택 의원, '예대금리차·수익 공시·보고' 법안 발의
與 "시중은행은 예대금리 합리적 설정·당국은 철저 감독" 주문

지난 12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진보당 서울시당 관계자들이 '대출금리 인하 및 횡재세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진보당 서울시당 관계자들이 '대출금리 인하 및 횡재세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국민들의 한숨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은 예대마진으로 역대 최대의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여권이 은행권 ‘예대마진’을 정조준하고 나서 주목된다.

13일 금융권과 여권 등에 따르면 최근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4%포인트(P) 이상 벌어져 국민과 기업의 대출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다.

실제로 은행 대출금리는 8%대로 고공행진중인데 반해 지난해 말 연 5%대였던 시중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한 달 만에 3%대로 급락했다. 가계 빚이 1870조 원을 넘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원리금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8개 시중은행은 예대마진으로 지난해 거둬들인 이자 이익만 무려 53조 원대로 전년보다 8조 5000억 원 가량 급증한 것으로 추정됐다. 더욱이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 이유로 단축한 영업시간을 정상화하기는커녕, 점심시간 영업 중단까지 추진하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의 이자수익을 올린 시중은행들이 직원들에게 기본급 대비 300~400% 성과급, 특별격려금 등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자 국민들의 상실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부의장인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은행의 예대(예금·대출) 금리차를 확인·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지난 12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은행으로 하여금 예대금리차 즉, 각종 예금에 대한 이자율과 각종 대출 등 여신업무에 대한 이자율 및 그 차이를 연 2회 이상 정기적으로 공시토록 했다. 아울러 은행은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토록 했다. 금리인하 요구권을 알리지 않은 은행, 공시나 보고를 하지 않은 은행,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시한 은행에는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 의원은 "예대 마진으로 엄청난 돈방석에 앉은 은행들이 곡소리 나는 ‘이자 폭탄’ 고통은 외면한 채 고객 서비스는 축소하며 성과급으로 '돈 잔치'를 벌인다면 국민적 분노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은행 금리를 더 면밀히 감독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황을 제대로 확인해 정책적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에 설치된 예·적금 금리 현황판.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에 설치된 예·적금 금리 현황판. 연합뉴스

여권 지도부 역시 ‘시중은행의 과도한 과도한 이자수익’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예금금리가 떨어지는데도 대출 금리만 올라 시중은행의 이자 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관련, "예대 이율 차이가 커서 서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 당국에 철저한 위법 부당행위 감독을 주문했다.

이어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 하에서 서민들이 예대 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 이율을 설정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예대 이율 차이가 커서 시중은행 8개사의 지난해 이자 이익은 무려 53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2021년보다 무려 8조 원 이상 증액된 금액"이라며 "금융당국은 이러한 과정에 위법 부당한 일은 없는지 철저히 감독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은행들이 최근 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올리면서 이자 장사에 혈안이다. 고금리에 신음하는 국민을 두 번 울리고 있다"면서 "은행권은 도를 넘는 이자 장사를 중단하고 고금리 부담에 허덕이는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이쯤 되면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도 페이스북에 “과도한 예대마진으로 힘들어하는 서민들을 외면하고 은행들은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한다”며 “시중은행은 서민들의 피를 빨아 자신들의 배를 채우려는 저열한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예금금리 상승이 주춤한 가운데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금리가 오르자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막기 위해 최근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 정기예금 이자가 연 4%대 초반을 기록하는 가운데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서자 대출 금리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지난 11일 예금금리가 떨어지는데도 대출금리만 오른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 구조 차이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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