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강 한파에 '난방비 폭탄', 겨울나기 비상 걸린 서민
전기·등유·가스 등 연료비 모두 올라
취약 계층 겨울나기에 행정력 쏟아야
역대급 강추위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서민들의 겨울이 더욱 추워지고 있다. 25일 부산의 최저 기온은 영하 12도, 울산은 영하 13도, 경남 김해는 영하 13도, 함안 등 내륙 지역은 영하 17도까지 떨어졌다. 동장군은 31일까지 기세를 떨칠 전망이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는 한파주의보와 함께 강풍주의보, 건조주의보까지 발효됐다. 짧은 시간 동안 20도가량 급격히 기온이 하강하는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가 기온보다 10도 이상 낮은 곳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강원도 철원군은 체감온도가 영하 39.3도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번 추위는 러시아 시베리아 상공에 정체돼 있던 영하 50도 이하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오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국적으로 이처럼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너지 취약 계층인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난방비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난방 요금 폭탄’을 맞은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더욱 혹독해졌기 때문이다. ‘서민 연료’로 불리는 등유 가격은 1년 새 50% 이상 올라 기름보일러 틀기가 무서울 정도다. 전기 요금은 2월부터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돼 4인 가구 기준으로 부담이 월 4022원 커졌는데 정부는 2분기에는 요금을 더 큰 폭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지난해 38%나 오른 가스 요금도 2분기 이후 1.5~1.9배 더 인상할 예정이다. 지난해 5.1%였던 물가 인상률에서 전기·가스 요금 상승 영향이 올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생활 밀착형 공공요금인 전기·가스 등 난방비를 올리는 불가피성을 이해는 하지만, 그로 인한 부담이 취약 계층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이달 가스 요금 2~3배 올랐다” ”관리비 고지서를 보고 패닉에 빠져 보일러를 껐다”라는 글이 수시로 올라올 정도다. 일반 가정에서도 난방하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하는데, 추위와 난방비로 인한 취약 계층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서민들은 정부 지원금으로는 노후 난방기 교체마저 어려운 상태에서 안방만 잠깐 보일러를 돌려 냉기를 면하거나 전기장판에 의지해 긴 겨울밤을 보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보일러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가 무서운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겨울나기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파 피해는 홀몸 노인과 청소년 가장, 장애인, 노숙자 등 경제·사회적 약자들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노숙인은 물론이고, 서민들에게도 따뜻한 잠자리와 식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안전장치에 빈틈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난방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종교·복지단체와 협력해 한파 대피소를 폭넓게 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상이 추울수록 사회의 약자들이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