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피하려다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경찰관들 처벌해주세요"(종합)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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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 막차 놓치고 돈도 떨어져
인근 지구대 찾았다가 퇴거 당해
팔 잡아 강제로 내보낸 뒤 문 잠가
서울 귀가해 경찰서에 고소장
부산 동부서 대국민 사과문

28일 동부경찰서장이 경찰서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 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28일 동부경찰서장이 경찰서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 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한겨울밤 마지막 기차를 놓친 70대 할머니가 몸을 녹이려 부산의 한 경찰서 지구대를 찾았다가 쫓겨난 사건이 발생했다. 파장이 커지자 해당 경찰서장은 공식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13일 70대 여성 A 씨는 친구 병문안 차 부산을 찾았다. A 씨는 14일 0시 5분께 서울로 돌아가는 마지막 기차를 놓친 뒤 부산역 인근의 B 지구대를 찾았다. 당시 A 씨는 돈이 떨어져 갈 곳이 없고, 날씨마저 추워 지구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구대 소파에 앉아 40분가량을 머무르다가 이후 경찰관에 의해 강제로 내보내졌다.

한 경찰관이 A 씨의 팔을 잡아 밖으로 나가게 하고, 다른 경찰관이 문을 잠그는 모습은 지구대 내부 폐쇄회로(CC)TV로 확인됐다.

쫓겨난 A 씨는 지나가는 차량을 얻어 타고 약 3km 떨어진 다른 경찰서를 찾아간 뒤 몸을 녹이다가 첫차를 타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지구대 직원들과 달리 A 씨를 아침까지 보호해 준 경찰서 직원들은 A 씨에게 난로와 담요 등 편의도 제공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로 돌아간 A 씨는 지난달 말 주거지 근처인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B 지구대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건은 지난 18일 부산진경찰서로 이첩돼 현재 수사 중이다.

B 지구대 측은 A 씨가 직원들에게 무례한 말을 해 밖으로 내보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원과 말다툼이 이어지려 하자 관리자급 직원이 문제 예방을 위해 퇴거 조치했다는 것이다. 다만 “할머니가 구체적으로 어떤 폭언을 했는지는 조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A 씨는 B 지구대가 주장하는 폭언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A 씨는 고소장을 통해 “B 지구대의 경찰관들이 노숙인을 대하듯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며 “나는 노숙인이 아니니 친절하게 대해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맡은 부산진경찰서는 B 지구대의 CCTV를 확보해 영상을 분석 중이다. 다만 영상을 확인한 결과 할머니가 머물렀던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퇴거조치를 할 만한 행동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언 여부에 대해선 CCTV에 음성녹음이 되지 않아 사실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B 지구대 직원들이 말을 맞춰 할머니의 폭언이 있었다고 거짓 증언을 했다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B 지구대 직원들의 조치가 직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 밝혔다.

현재 B 지구대에는 경찰 대응에 분노한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항의 전화를 받은 B 지구대 직원이 시민에게 “그럼 계속 화내세요”라고 말하는 등의 대처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B 지구대 관계자는 “시간당 20여 통의 항의성 전화가 쏟아져 지구대 내부에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커지자 강일웅 부산 동부경찰서장은 28일 사과문을 내고 “관내 지구대를 방문한 민원인을 지구대 밖으로 퇴거시킨 일에 대해 민원인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국민 여러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인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사안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더욱 배려하고 국민들의 작은 목소리도 세심히 살피는 등 국민들로부터 공감 받는 경찰이 되기 위한 노력을 다해 다시는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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