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갈맷길] ②시크릿 커피로드-뚜벅뚜벅 누빈 40리, 커피 한 잔이 위로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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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청에서 해운대구 송정항까지 16km
긴 거리에 가파른 등산로 ‘가장 어려운 코스’
봉대산 봉수대 오르면 드넓은 하늘과 동해
해안길 걸으면 오랑대·해동용궁사 등 절경

바다를 조망하는 카페에서 즐긴 커피와 디저트. 걷다 지칠 때 커피 한 잔은 ‘시크릿 커피로드’의 화룡점정이다. 바다를 조망하는 카페에서 즐긴 커피와 디저트. 걷다 지칠 때 커피 한 잔은 ‘시크릿 커피로드’의 화룡점정이다.

부산에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바로 ‘욜로 갈맷길’이다. 기존 갈맷길(9개 코스 23개 구간 278.8km) 중에 ‘부산 사람이라면, 부산에 오면 꼭 한 번 걸어 봐야 할 길’ 콘셉트로 10개 코스(총 100km)를 추리고 코스별 테마도 입혔다. 갈맷길의 축소판이다. 욜로 갈맷길의 첫 번째 코스인 ‘갈맷길 더 비기닝’에 이어 두 번째 코스 ‘시크릿 커피로드’를 소개한다. 시크릿 커피로드는 욕심이 많은 코스다. 욜로 갈맷길 10개 코스 중 가장 길어서 그렇고, 등산길이 가미돼 가장 어려운 코스라 그렇다. 반대로 보면 산길과 해안길을 고루 걸을 수 있어 매력적이고, 장거리 난코스 완보 후 느끼는 보람됨이 가장 큰 코스이기도 하다. 해안가를 따라 바다를 조망하는 아담하고 멋스러운 카페가 군데군데 있어 골라 찾는 재미도 있다.




■등산으로 시작, 출발이 만만찮은데…

욜로 갈맷길 2코스는 기장군 기장군청~해운대구 송정항(송정해수욕장) 간 16km 구간이다. 욜로 갈맷길 10개 코스 중 가장 길다. 기장군청까지는 버스를 이용하거나, 동해선을 타고 기장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된다.

동해선 기장역에서 내려 기장대로를 건너면 기장군청이다. 2코스는 등산으로 시작한다. 헤매지 않으려면 등산로 입구를 잘 찾아야 한다. 기장군청을 지나면 기장군 보건소가 나온다. 보건소를 지나 죽성로를 따라 걸으며 첫 번째 길에서 우회전한다. 길 왼쪽으로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밭 옆길을 쭉 걷다 보면 우신네오빌 아파트 나오는데, 아파트에 조금 못 미친 곳에 왼쪽 방향으로 계단과 함께 나 있는 좁은 길로 들어선다. 밭길이라 제대로 가고 있나 긴가민가하지만, 봉대산 오르는 길이다. 밭길을 지나 산에 오른다는 느낌이 조금 들 때 무렵 작은 저수지(죽곡지 저수지)가 나타난다. 저수지를 거치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등산은 만많찮다. 길이 꽤 비탈져 오르는 동안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일이 적지 않다. 간간이 이정표가 나오는데 ‘봉대산’이나 ‘죽성리’ ‘월전마을’ 방면으로 걸으면 된다. 등산객들에게 인기 있는 근교산이어서 그런지 등산객들도 종종 만난다.

봉대산 정상 ‘기장남산봉수대’에서 굽어본 동해 바다. 봉대산 정상 ‘기장남산봉수대’에서 굽어본 동해 바다.

봉대산 정상에는 ‘기장남산봉수대’가 있다. 우리 조상들의 통신 수단이다. 남쪽으로는 해운대 간비오산 봉수대, 북쪽으로는 임랑 및 아이 봉수대에 연결돼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봉수대 터에 있는 바위에 올라서면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북쪽으로는 일광신도시가, 남쪽으로는 해운대에 즐비한 마천루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왜 이곳이 봉수대로 이용됐는지 새삼 깨닫는다. 등산은 1시간 가량 소요된다.


죽성리 마을 둔덕에 고고하게 가지를 뻗치고 있는 ‘죽성리 해송’. 죽성리 마을 둔덕에 고고하게 가지를 뻗치고 있는 ‘죽성리 해송’.
과거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다는 ‘황학대’. 지금은 작은 바위산이지만 과거에는 섬이었다. 과거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다는 ‘황학대’. 지금은 작은 바위산이지만 과거에는 섬이었다.
기장의 관광 명소가 된 ‘죽성드림세트장’. 빨간 지붕과 흰 벽돌이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기장의 관광 명소가 된 ‘죽성드림세트장’. 빨간 지붕과 흰 벽돌이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죽성리 해안길을 걷다 보면 테트라포드 몇 개가 페인트로 물들어 있다. 부산에서 촬영한 보안관, 군도 등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죽성리 해안길을 걷다 보면 테트라포드 몇 개가 페인트로 물들어 있다. 부산에서 촬영한 보안관, 군도 등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죽성리 해안길에는 눈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바위섬들과 기암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죽성리 해안길에는 눈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바위섬들과 기암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황학대, 죽성드림세트장… 안 들렀으면 후회할 뻔

봉대산에서 내려오면 월전마을회관을 거쳐 대변항으로 가는 것이 정식 경로다. 하지만 죽성리 해안가에는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문화재나 명소들이 많다. 경로를 잠시 이탈하더라도 충분히 들러 볼 가치가 있는 곳들이다. 봉대산 하산 후 마을 사이로 이어진 월전1길과 두호길을 따라 죽성초등학교 쪽으로 향한다. 도중에 마을의 중앙 둔덕에 고고하게 가지를 뻗치고 있는 소나무가 서 있다. ‘죽성리 해송’이다. 품 넓은 소나무가 멀리서 보면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다섯 그루가 하나인 것처럼 멋지게 어우러져 있다. 수령은 400년이라고 한다. 다섯 그루의 소나무 사이에는 작은 당집이 끼워져 있는 듯 들어앉아 있다. 죽성리 해송은 부산시 기념물(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죽성항과 죽성방파제 쪽으로 걷는다. 포구의 물량장 안쪽에 소나무가 우거진 작은 바위산이 보인다. 황학대다. 황색 바위가 바다를 향해 돌출돼 있는 모양이 마치 황학이 나래를 펴고 있는 모양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전한다. 과거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원래는 갯바위를 딛고 건너면 닿을 수 있는 섬이었다. 지금은 물량장과 해안도로로 둘러싸인 육지에 우뚝 선 큰 바위산이 됐다. 나무 덱 계단을 오르면 소나무 그늘 아래 고산 윤선도 동상과 그의 시 ‘영계(詠鷄·닭을 노래하다)’를 새긴 비가 있다. 조선 시대 정치가로, 시조 문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고산 윤선도는 죽성리에서 6년여간 유배 생활을 했다.

황학대에서 내려오면 오른쪽 해안가 끝에 이국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빨간 지붕과 흰 벽돌이 돋보이는 ‘죽성드림세트장’이다. 2009년 드라마 ‘드림’ 세트장의 일부로 건립된 성당으로, 죽성리 해안가의 드넓은 하늘, 바다 풍광과 잘 어우러져 인기 있는 관광 명소가 됐다.

죽성드림세트장에서 월전마을회관으로 가는 해안길도 눈이 즐겁다. 테트라포드 몇 개가 페인트로 물들어 있어 다가가 보니, ‘GIJANG CINEMA WAVE’라는 글귀와 함께 보안관, 군도 등의 영화 제목이 적혀 있다.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메바위섬(어사암), 놀래미섬, 꼭두방섬, 거북바위 등 바위섬들과 기암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봉대산 산허리를 걸으며 소나무 숲 사이로 하늘을 우러러보니 새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봉대산 산허리를 걸으며 소나무 숲 사이로 하늘을 우러러보니 새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는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있고 아름다운 조경과 바다 풍광이 어우러져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이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는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있고 아름다운 조경과 바다 풍광이 어우러져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이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를 걸으며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갯바위들이 절경을 뽐낸다. 우뚝 솟은 기암절벽 위에는 법당이 보이는데, 그 일대가 일출 명소로 잘 알려진 오랑대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를 걸으며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갯바위들이 절경을 뽐낸다. 우뚝 솟은 기암절벽 위에는 법당이 보이는데, 그 일대가 일출 명소로 잘 알려진 오랑대다.
해동용궁사로 가는 해안길을 걸다 보면 갯바위 위에 소원을 담은 돌탑이 켜켜이 쌓여 있다. 해동용궁사로 가는 해안길을 걸다 보면 갯바위 위에 소원을 담은 돌탑이 켜켜이 쌓여 있다.
해안가 사찰이라는 신비로움과 해안 절경으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해동용궁사. 해안가 사찰이라는 신비로움과 해안 절경으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해동용궁사.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걸으면 심신이 힐링

월전마을회관에서 대변항까지는 봉대산 산허리를 탄다. 월전마을회관을 지나면 동오집이라는 음식점이 나오는데, 음식점 왼쪽으로 보면 갈맷길 이정표가 붙어 있고, 등산로가 나 있다. 30여 분 정도 걸으면 대변항에 닿는다. 가파른 구간은 거의 없지만 먀냥 쉽지는 않다. 하지만 겨울인데도 수풀이 차가운 해풍을 막아주고 따뜻한 햇살이 비춘다. 소나무 숲 사이로 하늘을 우러러보니 새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봄날 걷는 느낌이다.

대변항은 국가어항답게 많은 사람들과 어선들로 활기가 넘친다. 중앙 광장에는 특산물인 멸치를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이 있다. 대변항에 있는 용암초등학교 정문 옆쪽에는 부산시 지정 기념물인 ‘기장 척화비’가 있다. 학교 교정에 척화비가 있다니 신기하다. 초등학교 정문에는 ‘학교 이름 변경에 대하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용암초등학교는 원래 교명이 대변초등학교였다. 학생들이 놀림을 받아 교명을 바꿨다고 쓰여 있다.

대변항에서 연화리로 걸으면 예쁜 카페들이 속속 등장한다. ‘시크릿 커피로드’의 진면모를 드러낸다. 연화리에서는 사진 찍기 명소로 유명한 젖병 등대를 만난다.

대변항~연화리의 북적한 해안길은 오시리아 해안산책로에 접어들면서 한적한 해안길로 변신한다. 부산도시공사는 오시리아 관광단지를 조성하며 해안을 따라 산책로를 조성했다. 연화리 끝에서 시랑리 동암항까지 2.1km 구간이다. 더할 나위 없이 걷기 편하다. 탁 트인 조망과 아름다운 경치에 콧노래가 절로 난다. 산책로 안쪽으로는 공사장 가림벽이 쭉 늘어섰다. 안쪽에는 2025년 문을 열 예정인 ‘반얀트리 해운대’가 공사 중이다. 더 걸으면 ‘아난티 힐튼 부산’이 나온다. 이들 휴양 시설은 앞으로도 멋진 해안산책로의 덕을 볼 듯하다.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갯바위들이 절경을 뽐낸다. 일출 명소로 알려진 오랑대다. 기암절벽을 부딪는 파도는 하얀 포말을 내뿜고, 쏴악~ 쏴악~ 소리를 내며 공감각이 된다. 우뚝 솟은 기암절벽 위에는 용왕을 모신 용왕단이라는 사당이 있는데, 색다른 풍경에 시선이 멈춘다.

동암항을 거쳐 국립수산과학원 옆으로 난 동암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15분가량 걸으면 해동용궁사가 나온다. 해안가 사찰이라는 신비로움과 절경에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해동용궁사 입구 쪽으로 걸어 나가면 ‘송정해수욕장’과 ‘제3주차장’ 방향을 알려 주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송정해수욕장 쪽으로 걸음을 옮긴 뒤 해안길을 따라 공수마을을 거쳐 송정항에 닿는다.

걷기 앱으로 측정한 2코스 완보 시간은 4시간 7분, 걸음 수는 2만 8091걸음, 거리는 19.1km. 죽성리 해안가에 들렀더니 거리가 제법 늘었다. 걷다 지칠 때 커피 한 잔은 시크릿 커피로드의 화룡점정이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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