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유기동물 관공서에 새 둥지 튼다…어떻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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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본청·직속기관·사업소에 보호 개체 분양
공직사회 유기동물 보호 공감대, 분양 문화 확산
부서장 책임하에 관리하다 희망자에게 재분양

고성군 임시 보호시설에서 관리 중인 유기동물들. 부산일보DB 고성군 임시 보호시설에서 관리 중인 유기동물들. 부산일보DB

경남 고성군이 관공서를 활용해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반려동물들의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공직사회에 유기동물 보호 공감대를 형성, 분양 문화를 확산시키면서 포화상태인 유기동물보호소 과밀 문제까지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시도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고성군은 일반 주민 중심의 유기동물 분양 문화에 혁신을 시도한다고 9일 밝혔다.

센터에 보호 중인 개체들이 입양되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분양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상근 군수의 아이디어다.

이 군수는 지난 6일 간부회의에서 “유기동물 분양은 축산과만의 업무가 아니다. 모두가 함께 해야 할 과제”라며 관공서 분양을 제안했다.

본청, 의회, 직속기관, 사업소 등 20개 부서에서 2마리씩 총 40여 마리를 우선 분양받아 양육해 보자는 것이다.

공무원 인식 변화는 물론 국민의 입양을 독려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 군수의 판단이다.

축산과는 곧장 실행 계획을 준비했다.

분양되는 동물의 중성화와 동물등록을 마치고, 입양한 부서에는 애견하우스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각 부서는 동물보호소를 방문해 입양할 동물을 선정, 부서 특색에 맞는 이름도 지어주기로 했다.

새 둥지를 튼 동물들은 부서장 책임 하에 관리하다 희망자가 있으면 개인에게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최경락 축산과장은 “현재 보호 중인 개체만 100여 마리다. 부서 간 협조가 잘되면 동물 복지 향상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며 “이번 시책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해 새 주인을 찾는 동물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성군이 농업기술센터 내 창고 1동을 개조해 마련한 임시 동물보호센터. 부산일보DB 고성군이 농업기술센터 내 창고 1동을 개조해 마련한 임시 동물보호센터. 부산일보DB

한편, 고성군은 2010년부터 지역의 한 동물병원에 관내 유기동물 관리를 맡겨왔다.

그런데 2021년 한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열악한 환경과 부실한 관리 실태가 드러나 ‘유기동물 지옥’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군은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고 농업기술센터 내 창고 1동을 개조해 임시보호소를 마련, 직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8개월여 만에 입양률은 도내 최고로 높아지고, 안락사율은 전국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유기동물 천국’으로 탈바꿈했다.

이에 군은 동물보호센터를 건립해 더 나은 동물복지 환경을 구축하기로 예산까지 확보했지만, 건립 용지가 없어 2년째 하세월이다.

소음과 악취를 유발하는 ‘혐오 시설’이란 낙인 탓에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낡고 비좁은 임시보호소에 갇힌 동물들은 또다시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리고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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