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돈 잔치' 지적 이유 있었네…농협은행 '6706억' 성과급 파티
5대 시중은행, 지난해 1조 3823억 ‘역대급’ 성과급
전년 비해 무려 35% 가까이 늘어
농협, 6706억 원으로 압도적 1위
2~4위는 국민·신한·하나은행 순
은행 ‘돈 잔치’ 국민 위화감 조성
5대 시중은행이 금리 상승기에 거둬들인 이자수익으로 지난해 1조 3823억 원이 넘는 '역대급'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특히 NH농협은행의 성과급 규모는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고객의 고금리 부담을 이용해 한 마디로 과도한 '돈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의 복지 증진과 지역 및 국민경제 발전 기여를 목표로 하는 농협은행의 이 같은 행보가 정당하냐는 지적이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14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성과급 총액은 1조 3823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35% 가까이 늘어났다.
은행 별로는 농협은행이 6706억 원으로 압도적 규모로 나타났다. 그 뒤를 KB국민은행 2044억 원, 신한은행 1877억 원, 하나은행 1638억 원, 우리은행 1556억 원이 이었다. 2021년에도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곳은 역시 농협은행이다. 6102억 원을 지급했는데 5대 시중은행 전체 규모의 약 6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도 농협은행이 39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이 지급한 신한·하나은행(1300만 원)의 3배에 달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100만 원, 1000만 원을 지급했다.
임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은 국민은행이 2억 16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1억 7200만 원), 하나은행(1억 6300만 원), 우리은행(1억 400만 원), 농협은행(4800만 원) 순이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지난해 최고 성과급을 받은 임직원은 국민은행 임원으로 15억 7800만 원을 받았다. 직원 가운데선 우리은행의 한 직원이 1억 7200만 원을 받아 최고액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당해연도 발생 성과급은 이듬해 성과평가 확정 후 지급된다. 이에 2022년 성과에 따른 5대 시중은행의 2023년도 성과급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은행권이 코로나19를 거치며 늘어난 가계·기업 대출을 통해 벌어들인 대규모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농협은행의 성과급 규모가 5대 시중은행의 전체 성과급 규모의 절반 수준을 웃도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단일 은행의 성과급 규모가 나머지 4대 시중은행 전체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농민들의 협동조합인 농협중앙회가 보유한 만큼 다른 은행에 비해 공공성이 더 크다"며 "하지만 농민과 국민들의 이자 부담 등은 외면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크다"고 비판했다.
황 의원도 "가파른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국민 대다수가 대출 이자 인상과 가계 부채로 힘겨워하는 와중에 은행들이 성과급으로 역대급 돈 잔치를 벌인 것은 은행의 공공적 성격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연초 "가계와 기업 자영업자들은 급증한 대출이자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며 "은행권은 국민들의 고통을 담보로 사상 최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내부 임원 회의에서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국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과 함께 상생하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원장은 "성과보수 체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