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07. ‘군중의 소리’ 전달하는 수묵 인물화, 조환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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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1958~)은 부산 출생 작가로 세종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회화를, 뉴욕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조환 작가는 1980년대 제5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어 월전미술상, 동아미술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화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조환은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철·흙·돌·나무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조소 작업에 몰두했다. 2008년 금호미술관 개인전에서 선보인 조환의 작업은 2차원의 평면 회화에서 3차원의 화면으로 발전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철을 재료로 사용하고 서예의 전각 기법을 적용한 부조의 형태를 취한 ‘철판 산수’는 조환 작가를 설명하는 또 다른 수식어가 되었다. 평면 구상 형태에서 조각으로 재료만 변화했을 뿐, 공간이 가지는 여백과 생동감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수묵과 다른 매체의 다양한 형식으로 새로운 한국화의 형태를 만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1980년대 조환의 대표작이다. 작가는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수묵 인물화를 통해 시대의 초상들을 형상화했는데, 자신을 둘러싼 도시 풍경을 수묵으로 다루었다.

작가는 ‘동시대의 삶’을 주제로 현실 속 인간의 모습을 그렸는데, 주로 가난한 서민이나 노동자의 삶(‘민초’연작)에 주목했다. 그는 “어릴 때 방학 숙제로 했던 그림일기와 같은 형식으로, 살아오면서 만나고 생각나는 사람들이 모두 작품에 각각의 현실로서 등장”하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작품 ‘黎明(여명)’은 1987년 작으로 조환의 수묵 인물화를 대표한다. 6미터의 가량의 폭으로, 작품 앞에 서면 마치 인물들을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듯한 감상을 자아내는 대작이다. 이 작품은 동아미술상 대상을 수상한 이후에 제작된 작품으로,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노동자들의 귀가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작가가 직접 동틀 녘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본 후, 그들의 일상을 담기 위해 퇴근 시간의 노동자들을 기다려 화면에 담은 것이다. 그가 화면을 먹색과 적색의 선으로만 채워 그린 것은 “형상 속에 소리를 담기 위한, 군중의 소리가 화면을 통해 전달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자극하는 듯한 조환의 작품에는 단순히 퇴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아닌, 그들의 고단한 하루가 함께 담겨 있는 듯하다.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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