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난 심각한데… 26년째 ‘건물 주차면 수 제한’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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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1997년 관련 조례 제정
차량 유입 막아 교통난 해소 취지
주차공간 포화 이용객 불편 극심
기초지자체 중 중구만 계속 고집
북항시대·지역 발전 저해 지적

부산중구청 건물 전경 부산중구청 건물 전경

만성적인 주차난을 겪고 있는 부산 중구에서 건물 별 ‘최대 주차면 수’ 제재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차면을 줄여 차량 이용자를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시민 불편만 가중시키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실효성 없는 조례라는 지적이 거세다.


2014년 문을 연 중구 A 호텔은 9년째 전체 주차공간 224면 중 90개면은 비워둔 채 134면만 사용 중이다. 당초 해당 건물은 오피스텔로 설계돼 시설 용도에 맞춰 주차장을 확보했지만 이후 호텔로 용도 변경하면서 주차면 수 제재를 받아 전체 40%에 해당하는 공간을 쓸 수 없게 된 탓이다. A 호텔 관계자는 “주차 공간이 텅텅 비어 있는데도 손님들이 외부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26일 부산시와 중구청 등에 따르면, 부산시 주차장 설치 관련 조례로 인해 중구 광복동, 남포동, 중앙동 등의 주요 상업시설들은 건물 시설 면적에 비례해 가능한 주차면 수가 정해진다. 숙박 시설의 경우 시설면적 223㎡당 최대 1대까지 주차면을 설치할 수 있다. 숙박 시설 외에도 문화·위락·의료 시설 등이 해당 조례 탓에 비슷한 비율로 최대 주차면 수가 제한된다.

시 조례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 건 1997년으로, 주차장 규모를 줄이면 차량 이동이 줄어 상업지 교통난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추진됐다. 조례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만 해도 중구 뿐만 아니라 동구·부산진구·연제구·동래구 등도 시 조례를 따랐다. 하지만 2011년 중구를 제외한 나머지 기초자치단체는 주차난을 이유로 해당 조례를 삭제했다. 주차면 설치 면적을 134㎡로 낮춰 주차 공간을 더욱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조례가 만들어진 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최대 주차면 수 제한 조례를 따르는 기초자치단체는 부산에서 중구가 유일하지만, 정작 구청 측은 관련 조례를 없애는 데 소극적이다. 좁은 거리에 상권이 모인 중구 특성상 설치해야 할 주차면이 늘면 정작 상업 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관련 조례를 개정하거나 없앤다면 중구 역시 다른 기초자치단체처럼 주차면 수를 늘리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좁은 도심에 주차장 확보 부담까지 떠안으면 사람들이 재개발을 꺼려 오히려 도심 낙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중구의 주차난 가중에 최대 주차면 수 제한이 주원인이 된다는 지적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실제로 중구 내 번화가는 건물 내 주차장 부족으로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인근 주차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이용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북항시대에 맞춰 중구 내 상업 시설들이 유동 인구를 유입시키려면 충분한 주차 공간이 필요한데 최대 주차면 수 제한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전문가들은 자가용이 가장 중요한 이동 수단이 된 만큼, 최대 주차면 수 제한의 효과와 부작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헌영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심 활성화 조건 중 하나가 적절한 주차 공간 확보”이라며 “북항 재개발로 유입 인구가 늘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해당 조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건 명백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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