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민의 기후 인사이트] 심각한 해수면 상승, 부산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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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세계가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지만 영하 60도 혹한의 땅 남극만큼은 끄떡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남극에서조차 마침내 심각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국립 설빙데이터센터는 남극 바다의 얼음 면적이 올해 2월 13일 기준 191만k㎡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92만k㎡보다 작은 수치로, 2년 연속 최소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문제는 남극 바다 얼음의 급격한 감소로 그동안 수천 만 년 동안 남극 대륙 위에 고스란히 봉인되어 있던 거대한 대륙 빙하가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극 대륙을 빙 둘러싸고 있던 바다 얼음이 사라지게 되면, 대륙의 빙하는 따뜻한 바닷물과 파도에 직접 노출돼 외곽부터 빠르게 녹아내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평균 두께 3000m가 넘는 대륙 빙하는 그 육중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으깨지며 남극 바다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남극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거대 빙하의 파편들은 따뜻한 바닷물에 녹으며 해수면을 상승시키게 되고, 그 결과 지금까지 경험해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해수면 상승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게 기후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남극 바다 얼음 면적 역대 최소

전례 없는 해수면 상승 가능성

부산 해안가 위험 대책 세워야

가장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해 보자.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남극 대륙의 빙하가 전부 녹아내려 바닷속으로 흘러들어 갈 경우 해수면이 무려 56m나 상승한다고 한다. UN은 해수면이 1m만 높아져도 지구촌에서 10억 명 이상의 이재민이 생긴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56m라니, 정말 가공할 만한 수치이다. 이렇게 되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우 강원도 태백시 정도만 살아남을 뿐 나머지 국토는 대부분 물에 잠기게 된다.

그러나 남극 빙하가 전부 녹아내리는 건 극단적 가정일 뿐 기후 과학자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미래 시나리오에서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최근 발간된 권위 있는 기후분야 보고서인 IPCC 6차 보고서에서는 현재 수준 정도에서 탄소 배출량 증가가 멈춘다면 금세기 말에 이르러 해수면이 1.1m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탄소 배출을 더 늘려 가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다면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2m 정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인류 문명에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수면은 얼마나 상승했을까.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구 평균 해수면 높이는 약 20cm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비록 20cm이지만 이로 인해 국토의 상당 부분이 이미 물에 잠긴 나라들이 많다. 인도양 천혜의 휴양지 몰디브는 국토 면적의 80%가 해발 1m 이하다. 만약 해수면이 지금처럼 상승한다면 수십 년 안에 지도에서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 역시 비슷한 운명으로, 2000년에 이미 공항이 있던 섬 하나가 물에 잠겨 버렸다. 적도 지역 섬나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네치아나 해발고도가 낮은 네덜란드도 위기에 처해 있긴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어떨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해수면 상승에 매우 취약한 국가이다. 이는 세계기상기구가 발표한 태평양 해수면 동향 보고서에서도 확인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해수면 상승률이 지구 평균보다 약 1.5배 빠르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2030년께 한반도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 국가적 대비가 시급한 이유다.

해수면의 점진적인 상승이 태풍 같은 기상재해와 결합되면 또 다른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가뜩이나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한 상황에서 해안가에 강력한 폭풍 해일이 들이닥치는 경우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부산 해운대 해변가에 태풍 차바로 인해 거대한 해일이 고층 아파트를 덮치는 일이 발생했다. 필자는 이 사례가 자연이 우리에게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 미리 귀띔해 주는 경고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산의 경우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들 중에서도 특히 지대가 낮은 지역이 많다. 해운대를 비롯하여 낙동강 하구 지역에 위치한 명지국제신도시, 가덕신공항 등은 이대로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상습 침수 지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미래는 아직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해수면 상승만큼은 예외다. 반드시 닥칠 확실한 위험에 대비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심각한 피해가 선명하게 예상되는 오늘 바로 준비하지 않으면 해수면 상승은 수년 내 해양도시 부산의 미래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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