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수도권 전당대회’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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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공모 칼럼니스트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지역은 어디일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지역은 호남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정당이다. 인천 계양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서울 중랑을의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모두 서울·인천 등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수도권 의원들 간의 경쟁이었다. 본 경선을 끝까지 치른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중 비수도권 의원은 광주 서구갑의 송갑석 의원이 유일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호남에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는 정당이지만, 정작 유일한 호남 후보였던 송 의원은 10.81%를 득표하여 최고위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그렇게 호남 정당으로 인식되던 민주당은 수도권 중산층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거듭났다. 어떻게 보면 민주당이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타파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으로 이익이 대변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 유권자 수 지방보다 많아

여야 수도권·MZ세대 민심에 민감

서울·경기·인천 중심 전당대회 씁쓸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 지방 외면

지방 소멸 지역 정치 소멸로 이어져

지역 정치 어떻게 복원할지 고민해야

사정은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다. 3·8 전당대회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지난해 12월, 주호영 원내대표는 “수도권과 MZ세대에게 호소력 있는 인물이 차기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게 국민의힘의 주요 지지 기반인 영남과 60대 이상에 머물지 않고 당이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인 건 잘 안다. 그러나 여야가 하나같이 수도권 민심을 지향점으로 삼고 거기에 맞춰 당을 재편하려는 현실은 씁쓸하다. 이는 캐스팅 보터로 역할하는 부동층이 다른 지역에 비해 수도권에 많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수도권이 보유한 표 자체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통령 선거의 선거인 수 변화를 2002년부터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수도권 유권자의 비중은 는 반면 부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 유권자 비중은 감소해 왔다. 제16대 대선까지만 해도 전국의 46.9%를 차지했던 서울·경기·인천의 유권자 비중은 제18대 대선에서 48.9%로 상승했다. 급기야 지난해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는 50.5%로 절반을 넘기에 이르렀다. 같은 시기 부산의 유권자 비중은 8.0%에서 7.0%, 6.6%로 감소했다. 세종시 등의 개발로 충청권이 소폭 오르긴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비수도권 지역에서 하나같이 유권자 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비단 지방대학과 지방 의료의 위기뿐 아니라 지방 정치의 소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만 봐도 그렇다. 용산을 중심으로 한 정쟁만 오갈 뿐 지역 현안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수도권 민심을 좇겠다고 대놓고 표방한 마당에 지역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길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다. 청년이라고 다르지 않다. 부산 출신에, 부산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걸로 알려진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진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지방대학 소멸과 부산엑스포 유치 등을 언급하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지만, 정작 대부분의 장소에선 이런 지역 문제 해결보다 “이준석을 제거하겠다”는 데 자신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구 학자인 서울대 조영태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란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차별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의 충격이 대한민국 전체에 고루 미치는 게 아니라 비수도권에 집중적으로 가해진다는 의미다. 어느 나라든 완벽하게 균형발전을 이룬 곳은 없겠지만, 우리나라의 문제는 제2의 도시 부산도 그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부산의료원마저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응급실 운영 시간 단축을 검토하는 건 상징적이다. 이런 와중에 모든 정치적 논의가 대통령 의중이나 전직 당 대표 처신에 쏠려 있는 건 비정상적이다. 이 나라 정치에는 중앙만 있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우리나라의 망국적인 폐단으로 보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정치 인생을 걸었다. 그 시절엔 분명 그랬다. 특정 지역 출신들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자원을 독점함으로써 기회의 고른 배분을 저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달리 생각해 보면, 비록 영남과 호남 두 지역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수도권으로 쏠릴 뻔한 자원을 다른 지역으로 배분한 측면도 있었다. 어느 지역이 먼저냐는 형평성은 차치하고서 말이다. 양당이 보여 주고 있는 ‘수도권 중심 전당대회’는 그런 점에서 불편하다. 원내 정당들이 하나같이 지역이라는 딱지를 떼어 내고 수도권만 바라보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방 소멸과 더불어 지방 정치 소멸의 그림자도 함께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각 지역을 어떻게 대표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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