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스캔들’ 전도연 “오랜만에 밝게 웃는 모습 저도 좋더라고요”
남행선·해이 엄마로 큰 인기
“사랑스러움 최대한 끌어내”
예전엔 남의 기준 맞춰 연기
“이젠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제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스스로 고생했다고 칭찬도 많이 해 주면서요.”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웃으며 말했다. 연예계 데뷔 34년에 ‘칸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연기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연기가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그럴수록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자신을 많이 다독인다”고 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이 작품에서 전도연은 밝고 쾌활한 국가대표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을 연기했다. 오랜만에 그가 선보이는 경쾌한 연기에 안방극장이 환하게 물들었다는 시청자 평이 많다. 전도연은 “7개월 동안 열심히 촬영했는데 (방송이) 너무 빨리 끝났다”며 “제 안에 있는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오랫동안 묵직하거나 강렬한 작품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저 그렇게 무거운 사람 아니거든요. 이번 작품을 본 지인들이 저의 경쾌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고 해주셨어요. 시작할 땐 걱정도 많았지만 스스로 격려하면서 열심히 찍었어요. 오랜만에 화면에서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저도 좋더라고요.(웃음)”
드라마 속 행선은 굳세다. 역경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넘어져도 툴툴 털고 일어나 다시 웃는다. 왕년에 핸드볼 국가대표였지만, 하루아침에 조카 ‘해이’를 맡게 된 이후 반찬 가게를 하며 ‘해이 엄마’로 살아간다. 전도연은 “작가님이 생각한 행선은 좀 더 억척스러운 반찬가게 사장님이었다”며 “대본을 읽을 때 민폐 캐릭터나 밉상으로 보일 수 있어 위험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래서 행선이의 사랑스러움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다”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행선의 모습이 멋있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도연은 극 중 행선과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했다. 그는 “주어진 상황에 책임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사는 건 행선과 닮았다”면서도 “행선이보다는 제가 눈치는 좀 더 있는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아이 교육에 있어서도 그렇단다. 전도연은 “아이 교육에 앞장서는 ‘열혈맘’은 되지 못할 것 같다”며 “그것도 정보를 알아야 하는 건데 저는 그런 쪽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공부는 아이가 하는 거잖아요. 제가 제 일을 열심히 하듯이 아이도 아이 일을 잘 해줬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학원 줄을 서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앞에 앉는다고 1등 하는 건 아니잖아’라고 말해줄 것 같아요. 하하.”
‘칸의 여왕’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최고 배우 중 한 명인 전도연은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갈망한다. 전도연은 “예전엔 남의 기준에 내 연기를 맞췄었다면 이젠 나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그에게 제61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겼던 영화 ‘밀양’의 이창동 감독과 작업한 이후 배운 점이라고 했다. 전도연은 “여전히 중요한 장면을 찍을 땐 걱정되지만, 스스로를 믿으면서 나에게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며 “잘 해왔고, 스스로 기특하다고 생각하고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이다. 전도연은 이 작품으로 올해 베를린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지난해 드라마 ‘인간실격’부터 ‘일타 스캔들’, ‘길복순’까지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전도연은 “작품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전 늘 ‘전도연의 해’였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늘 해오던 대로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로 대중을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