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무려 7번의 앙코르…역대급 반응 이끌어낸 브루스 리우 부산 공연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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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첫 내한 리사이틀
스승 당 타이 손 이어 쇼팽 콩쿠르 석권한 이력도

10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브루스 리우 피아노 리사이틀' 커튼콜 장면. 김은영 선임기자 10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브루스 리우 피아노 리사이틀' 커튼콜 장면. 김은영 선임기자

조성진(29)의 뒤를 이어 2021년 제18회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브루스 리우(26). 그의 첫 내한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린 10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은 감동과 흥분 그 자체였다. 독주회로는 근래 보기 드물게 꽉 찬 객석에다 곡이 끝나자 관객 대부분이 기립박수와 함성을 보냈는가 하면, 연주자는 무려 7번의 앙코르곡으로 화답했다. 관객 반응으로는 역대급이라 할 만했다.

이날 리우는 관객 마음을 너무나 잘 아는 듯 ‘앙코르 쇼’를 유감없이 펼쳤다. 특히 프란츠 리스트의 기교가 집합돼 난이도가 제법 높은 곡으로 알려진 ‘돈 주앙의 회상’을 마지막 정규 레퍼토리로 끝낸 뒤 관객과의 ‘밀당’도 없이 앙코르곡을 차근차근 연주하기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눈치 빠른 관객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부산 연주에 앞서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4일)과 대구 달서아트센터(8일) 리사이틀에서 각각 7곡과 5곡의 앙코르를 연주했다는 사실을. 그래서 더욱 기대하는 눈치였다. 부산에선 과연 몇 곡이나 보너스 연주로 들려줄지를. 결론은, 서울과 같은 7곡의 앙코르가 울려 퍼졌다. 연주자와 관객 케미가 그만큼 좋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다만 연주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 예를 들면 쇼팽의 녹턴 제20번(서울),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중 ‘4마리 백조의 춤’(대구),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재즈 버전(에단 유슬란 편곡)은 한 번씩만 연주했다. 특히 부산 공연에서 6번째 앙코르곡 ‘엘리제를 위하여’ 첫 소절이 흘러나오자 객석에선 탄성이 터졌다. 이후 스윙(재즈)으로 연주가 전환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관객들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나중에 유튜브 검색을 했더니 다른 나라에서도 거의 비슷한 반응이었다. 역시나 음악은 만국 공통어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브루스 리우 피아노 리사이틀' 프로그램과 리우 사인. 김은영 선임기자 '브루스 리우 피아노 리사이틀' 프로그램과 리우 사인. 김은영 선임기자

이날 리우는 1부에서 장-필리프 라모의 ‘상냥한 호소’를 비롯한 6곡을 선보인 후 쇼팽의 모차르트 ‘돈 조반니’ 중 아리아 ‘그대 손을 내게 주오’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했다. 2부에서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 ‘장송행진곡’과 새로운 3개의 연습곡, 돈 주앙의 회상을 들려줬다. 일부 연주에서 전문가 평가가 엇갈리는 등 호불호가 있긴 했어도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2009년 부산국제음악제 참가했을 당시의 피아니스트 당 타이손. 부산일보DB 2009년 부산국제음악제 참가했을 당시의 피아니스트 당 타이손. 부산일보DB

10여 년 전쯤 세계적인 피아노 거장 당 타이 손이 부산을 찾았을 때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때 당 타이 손은 “다른 곡도 잘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쇼팽 곡만 요청한다”면서 “그래도 우표를 찍어내듯 고정돼 있지 않고 창조적으로 연주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의 당 타이 손은 아시아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입지전적 인물인 동시에 리우의 스승이기도 하다. 당시 연주에서 당 타이 손은 “가볍고 부드러운 터치, 투명하고 명징한 음색, 현란한 테크닉과 자유자재의 다이내믹, 피아노(p)와 포르테(f)의 뚜렷한 대비가 유독 돋보였다”고 평가받았다.

스승에 이어 제자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기에 ‘쇼팽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팬들의 요청을 거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리우는 내한 첫 리사이틀에서 여러 시대 작곡가 곡으로 무대를 채웠다. 피아노와 포르테의 대비, 현란한 테크닉, 다이내믹한 연주 스타일은 제자 리우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쇼팽 스페셜리스트’ 스승보다 더 자유로운 MZ 세대여서 또 다른 기대를 하게 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리우는 오는 6월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내한 공연 협연자로 다시 국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아쉽게도 부산 공연 일정은 없지만 그의 앞으로의 행보는 유심히 지켜보게 될 것 같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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