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두꺼비와의 공존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 근대문학에는 두꺼비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적지 않다. ‘두껍아 두껍아 물 길어 오너라 너희 집 지어 줄게/두껍아 두껍아 너희 집에 불났다 쇠고랑 가지고 뚤레뚤레 오너라.’ 심훈의 소설 〈상록수〉(1935)에서 주인공 영신은 이렇게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두꺼비를 잡아먹은 능구렁이는 죽고, 그 죽은 마디마다 두꺼비 새끼가 난다는 이야기를 듣던 날 나는 첨으로 각혈이란 것을 했다.’ 김동리의 단편 ‘두꺼비’(1939)의 첫대목도 마찬가지다. 황순원 역시 ‘두꺼비’(1946)에서 처녀를 잡아가려는 구렁이에게 죽음으로 대항한 설화 내용을 작품 말미에 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꺼비는 예로부터 ‘보은’과 ‘희생’의 메시지를 지닌 길한 동물로 통했다. 김동리나 황순원의 작품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온몸을 던지거나 수많은 새끼를 낳아 일제에 항거하는 상징물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영수의 수필 ‘두꺼비’(1954)에서는 어머니가 손님 대접하듯 매번 마당에서 밥알이나 음식을 던져 주던 옛 풍경의 주인공이 된다. 외관이 다소 징그럽긴 해도 정겹고 친근한 두꺼비는 우리 민족의 집단무의식을 품은 대표적인 동물이다.

이즈음은 두꺼비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알을 낳는 산란기다. 부산 온천천에도 두꺼비들의 생태 둥지인 물웅덩이가 있다. 곧 온천천 산책로는 부화한 수만 마리에 달하는 새끼 두꺼비들의 대이동으로 새까맣게 뒤덮인다. 매년 펼쳐지는 숨 막힌 장관이되, 목숨을 건 비극의 광경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발길이나 자동차에 밟혀 죽기 때문이다. 이동하다가 뜨거운 햇볕에 말라죽기도 한다. 이른바 ‘로드 킬’로 전체의 3%가량만 살아남지만 두꺼비들의 악전고투는 늘 되풀이된다.

도심 속 두꺼비들의 처지가 올해는 더욱 고단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지난해 시작된 온천천 오수관로 정비 공사로 연못 자체가 오염됐다는 것이다. 두꺼비들은 기름 범벅 속에서도 번식을 시도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그 맹렬한 본능이 숙연하다. 다행히 연제구가 온천천 연못 일대 생태환경을 파악하고 두꺼비 서식지 보존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대표적 환경 지표종이요 기후변화 지표종인 두꺼비가 산다는 건 그만큼 온천천이 깨끗하다는 증거다.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 도심 속 두꺼비 서식의 모범사례를 만들 순 없을까. 온천천의 행복은 어쩌면 여기에 답이 있는지 모른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