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여야 정기 협의체를” 이재명 “공통 공약 추진단을”
15일 김 대표 취임 후 첫 회동
정쟁 자제·민생 분야 협력 공감
비쟁점법 처리·비상경제회의 제안
주 69시간제 탄력 적용 논의키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5일 당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동을 했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여야 정쟁을 뒤로하고 국회 협치를 통한 민생 분야 협력에 뜻을 모았다. 이날 김 대표는 정기적인 여야 논의 테이블 마련과 시급한 법안 처리를, 이 대표는 ‘공통 공약 추진단’ 구성과 여야 비상경제 회의를 각각 제안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이 대표와 2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지난 8일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지 일주일만이다. 이 자리엔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과 유상범 수석대변인, 구자근 대표 비서실장도 함께했다. 민주당에선 조정식 사무총장, 안호영 수석대변인,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에게 “환대에 감사하다. ‘민생 문제 해결 잘하기를 경쟁해 보자’고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봤다. 전적으로 100%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방향이 다른 건 사실이지만 민생이나 국가 안전 보장과 같은 국민 삶을 지키는 기본 문제에는 마음을 늘 같이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달 반도체 ‘K칩스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민생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선을 진심 축하한다. 민주당을 빠른 시간 내 방문해 주셔서 감사한다”며 “민생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쟁이 아니고 국민 삶을 챙기는 경쟁이 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정부와 여당에서 제시하는 안건들이나 정책이 퇴행적이거나 잘못된 게 아니라면, 더 나은 국민 삶을 만드는 것은 언제든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주 69시간 근무제’ 대화가 오갔다. 김 대표는 “일률적 69시간 적용에 MZ세대의 반발 여론이 강하다. 업종 규모와 성격에 따라 탄력적으로 (주 69시간 근무제를) 적용해야 되지 않나”라는 입장을 밝혔고, 이 부분은 양당이 논의하기로 정리됐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각자 준비해 온 제안을 건넸다. 김 대표는 “그간 당이 비상 체제였다 보니 여야 대표 간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 정상 체제를 복구해 격주 단위로 한 번씩 만나거나 식사를 해도 좋다. 공개든 비공개든 다양한 형태의 협의 대화체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쟁점 법안,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법안은 좀 미루더라도 쟁점이 덜한 부분부터 빨리 법안을 처리했으면 한다”며 지방분권 강화 법안, 취득세 중과제도 개선, 30인 미만 사업자 8시간 추가연장 근로 한시 연장 법안을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대선 때 여야 후보들이 공통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 상당히 많다. 그게 국민적 합의이자 대국민 약속으로 보기 때문에 공통 공약 추진단을 구성해 정책협의회도 만들고 공통으로 국민께 약속한 공약을 신속히 입법하고 집행하자”고 강조했다. 또 “여야 간 '범국가 비상경제 회의'를 통해 시급한 경제·민생 현안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김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이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김 대표는 조만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