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태 좋아지는 화엄사…‘물멍’하기 좋은 용유담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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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봄여름가을겨울/조용헌

영기 가득한 전국 32곳 ‘영지’ 소개
최고의 산은 지리산, 영지 13곳 있어
벽송사 터. 쩡쩡한 금빛 기운 느껴져
거창 수승대, 지기와 수기 조화 이뤄
“자연과 물아일체 느끼는 땅이 영지”
“영지는 몸 상태가 쾌적해지는 공간”

거창 수승대는 삼남 지역 계곡수 중 최고로 치는 풍광이라고 한다. 조용헌 제공 거창 수승대는 삼남 지역 계곡수 중 최고로 치는 풍광이라고 한다. 조용헌 제공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기를 흠뻑 얻어야 한다. 그럴 만한 계절이 왔다. <조용헌의 봄여름가을겨울>은 ‘동양학의 협객’ 조용헌이 전국 32곳을 영기(靈氣)가 느껴지는 영지(靈地)로 소개한 책이다. 영지는 몸의 상태가 쾌적해지는 공간이다. 가면 기분 좋아지는 곳, 뭔가 느껴지는 그런 곳이다. 이런 곳을 ‘무자진경(無字眞經)’, 즉 ‘글자가 없는 참된 경전’이라고 한단다.

그에 따르면 사람 사는 일은 공간·시간·인간의 삼간(三間)에서 이루어지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간이다.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시간 흐름이 변하고 만나는 인간 종류도 달라진다는 거다. 삼간 중에서 우리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공간인 거다.

월출산은 전라도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산이라고 한다. 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수석(水石) 같은 월출산은 하나의 돌주먹처럼 100여 ㎞ 밖 바다에서도 뚜렷이 보이는 해양의 성산이다. 고대부터 영산강 하구는 해양 물류의 거점이었는데 그 뱃길의 GPS 같은 좌표가 월출산이었다. 산 위로 달이 떠오르면 ‘수월관음도’가 현실세계에 나타난 것 같은 산이 월출산이라고 한다.

경남 의령군 입구에는 솥바위가 있다. 이 솥바위가 ‘재벌바위’라고 한다. 삼성 금성 효성의 창업자들이 이 근방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왜 3명의 창업자가 나왔을까. 솥 정(鼎)의 솥발이 3개이기 때문이란다. 솥바위가 한자로 정암(鼎巖)이고 그 옆의 누각이 정암루다. 조용헌은 “반드시 그 자리에 서서 20~30분을 보내야 솥바위 기운이 들어온다”고 말한다.

그가 최고로 꼽는 산은 지리산이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는 걸 세계 곳곳을 가보고 한참 뒤에야 알았다고 한다. 그가 소개하는 32곳의 영지 중 13곳이 지리산 혹은 그 자락에 있다. 법계사, 묘향암, 세석평전, 의신마을과 원통암, 연곡사, 노장대 등이 그곳이다.

지리산 용유담은 바위와 물이 어우러진 승경 중의 승경이라고 한다. 조용헌 제공 지리산 용유담은 바위와 물이 어우러진 승경 중의 승경이라고 한다. 조용헌 제공

지리산 벽송사는 기라성 같은 인물을 배출한 조선 선불교의 종가다. 서산 대사의 할아버지 뻘인 벽송 대사가 벽송사를 창건했다. 벽송사 터가 좋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 두류봉을 거쳐 삼십 리를 구불거리면서 산맥이 내려와 뭉친 지점이라고 한다. 조용헌은 “좋은 터는 공부하기에 좋은데 이 터에 앉아 있어보니까 이마 쪽으로 황금빛 기운이 올라온다”고 한다. 오대산 적멸보궁, 구례 화엄사 각황전처럼 이곳도 쩡쩡한 기운이 올라오는 영지라는 거다.

지리산 화엄사는 2~3일 자고 나면 몸 상태가 확실히 좋아지는 영지란다. 그만큼 지기(地氣)의 맛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란다. 조용헌은 “지리산 둘레의 여러 군데서 자 봤지만 화엄사의 기운이 가장 센 것 같다”고 말한다. 임진왜란 때 승려들의 비밀결사인 ‘당취’의 양대 거점이 금강산과 지리산이었다고 한다. 지리산 당취가 승병으로 일어나 숱하게 죽었는데 화엄사 홍매의 붉은빛은 승병들의 혼이 뭉쳐 피어난 색깔일 거라고 한다.

지리산 용유담은 지리산 용왕 기도의 양대 성지 중 하나라고 한다. 바위와 물이 어우러진 승경 중의 승경이라고 한다. 일에 지쳐 번 아웃이 왔다면 이곳을 찾아 관수(觀水), ‘물멍’하기 좋단다. 지리산권에서 손꼽히는 수행 터 3곳이 있는데 금대암의 금대, 상무주암의 무주대, 도솔암의 도솔대가 있다고 한다. 함양군 마천 일대에 있다. 이중 지리산 영봉들이 도열한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이 금대암이라고 한다.

거창 수승대는 삼남 지역 계곡수 중 최고로 치는 풍광이라고 한다. 원학동(猿鶴洞) 화림동(花林洞) 심진동(尋眞洞)을 안의삼동(安義三洞)이라 하는데 그중 원학동에 수승대가 있다. 계곡 물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모든 잡념이 걷힌다고 한다. 지기, 수기의 조화 속에서 상쾌한 기운이 느껴진단다.

책에서는 서울 진관동 진관사·홍은동 옥천암, 전북 김제 금산사·무주 안국사·마이산 금당사, 전남 여수 향일암·해남 달마산 도솔암·완도 고금도 수효사·신안군 암태도 노만사, 경북 울진 성류굴, 강원 설악산 계조암, 충남 계룡산 기천문 본문, 경남 함양 황석산성 등을 소개하고 있다.

조용헌은 “영지에 자주 가야 한다”며 “몸이 쾌적해지고 대자연과 물아일체의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땅, 거기가 영지다”라고 말한다.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 그때 의미가 찾아온다는 거다. 조용헌 지음/시공사/348쪽/1만 8000원.


<조용헌의 봄여름가을겨울>. 시공사 제공 <조용헌의 봄여름가을겨울>. 시공사 제공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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