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마술·뉴욕 음악의 협업…온라인 무대 오른 ‘어린왕자’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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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 프로덕션 기획·연출
‘마법 같은 순간-생텍쥐페리’
소설과 작가의 고독한 삶까지
13개 주제, 공연 영상 올려
‘어린왕자’ 출간 80주년 맞아
올해 극장용 공연 추진도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생텍쥐페리의 유령’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맥스 고든(Max Gordon). 그루잠 프로덕션 제공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생텍쥐페리의 유령’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맥스 고든(Max Gordon). 그루잠 프로덕션 제공

마술과 음악으로 소설 ‘어린왕자’를 표현했다. 작품을 쓴 생텍쥐페리의 고독까지 담았다. 부산과 뉴욕의 예술가들이 손잡고 만든 무대. 그들은 외로움에 빠진 현대인을 위로하고 싶었다. 그래서 누구든 볼 수 있게 온라인에 공연 영상을 올렸다.

부산 공연 단체 ‘그루잠 프로덕션(Gruejarm Productions)’이 미국 뉴욕의 예술가 등과 협업한 작품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생텍쥐페리의 유령’을 공개했다. 소설 ‘어린왕자’와 작가의 삶에 담긴 고독과 외로움을 마술, 음악, 마임 등으로 풀어낸 53분 분량 공연 영상이다.

소설과 작가의 인생을 교차한 작품은 13개 주제와 장면으로 구성했다. 고독뿐 아니라 희망까지 담았다. 1부에서는 ‘어린 시절’ ‘어린왕자의 여정’ ‘장미’ ‘제3공화국의 파리에서’ 등의 주제를 음악과 마술로 표현한다. 2부는 ‘사막의 여우’ ‘오아시스’ ‘뉴욕으로 추락’ ‘부활을 기다리며’ 등에 걸맞은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생텍쥐페리의 유령’ 촬영 장면. 그루잠 프로덕션 제공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생텍쥐페리의 유령’ 촬영 장면. 그루잠 프로덕션 제공

그루잠 프로덕션 김형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1년 초반까지는 거의 일이 없었다”며 “저희부터 고독과 외로움을 느꼈기에 사람들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어린왕자’ 소설뿐 아니라 작가 생텍쥐페리의 삶에도 고독이 많았다”며 “어린 시절 따돌림을 받은 작가의 외로운 감정 등을 표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 기획과 연출은 그루잠 프로덕션이 맡았다. 201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인연을 맺은 변호사이자 제작자 제이크 정(Jake Chung)이 예술감독으로 활약했다. 뉴욕을 기반으로 뮤지컬과 음반 분야에서 활동하는 맥스 고든(Max Gordon)은 음악감독으로 합류했다.

영상에는 주제마다 세계 정상급 마술사도 등장한다. FISM세계마술챔피언십 아시아 최초 그랑프리를 차지한 유호진을 포함해 김영민·한만호·도기문·송다민 등이 대거 참여했다.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생텍쥐페리의 유령’에 참여한 마술사 도기문. 그루잠 프로덕션 제공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생텍쥐페리의 유령’에 참여한 마술사 도기문. 그루잠 프로덕션 제공

음악 작업에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음대에서 유학한 피아니스트 안경은, 남북을 오가는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등이 참여했다. 뉴욕에서는 영화와 투어 등에서 활동하는 기타리스트 래리 솔츠만(Larry Saltzman), 피아니스트 아이작 할런(Issac Harlan)이 힘을 보탰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맥스 고든이 서사에 맞게 만든 음악과 모차르트, 슈베르트, 푸치니 음악을 편곡한 음악을 사용했다.

부산과 뉴욕 등지에 있던 예술가들은 약 8개월간 SNS와 영상 통화 등을 통해 밤낮없이 소통했다. 마술과 음악뿐 아니라 작품 세계관과 촬영 방식 등에 대해 꾸준히 논의했다. 제이크 정 예술감독은 “어린왕자와 작가의 고독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단 자신만의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게 기본 취지였다”며 “관객에게 여러 음악을 전달해드리고, 마술 공연 등으로 음악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려 했다”고 밝혔다. 부산 촬영 현장에서 음악을 더 가다듬은 맥스 고든 음악감독은 “1930~40년대 프랑스 음악을 조사했고, 소설과 퍼포먼스 초안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생텍쥐페리의 유령’에 참여한 마술사 김영민. 그루잠 프로덕션 제공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생텍쥐페리의 유령’에 참여한 마술사 김영민. 그루잠 프로덕션 제공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생텍쥐페리의 유령’ 촬영 장면. 그루잠 프로덕션 제공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생텍쥐페리의 유령’ 촬영 장면. 그루잠 프로덕션 제공

‘마법 같은 순간의 발견(Discovering the Magical Moments: DMM)’은 그루잠 프로덕션이 2020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다. 인문학적 주제를 음악과 마술, 마임, 서커스와 결합해 영상물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생텍쥐페리의 유령(Ghost of Saint-Expury)’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온라인 미디어 예술 활동 지원 사업인 ‘아트 체인지업(Art Change Up)’에 선정된 프로젝트다. 부산 단체로는 유일하다. 공연 영상은 유튜브 채널 ‘그루잠 프로덕션’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올해 어린왕자 출판 80주년을 맞아 국내외 창작진들은 극장용 공연도 준비하는 중이다. 연말에 국내에서 초연한 후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한 해외 공연도 내년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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