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연기는 숨 쉬기 같아…죽어야 끝나는 작업”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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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드라마 출연
OTT ‘카지노’ 총 16화 마무리
욕망 과하게 좇은 차무식 역할
“필리핀 현지 무더위 지쳤지만
즉흥연주처럼 합 맞추며 연기”

배우 최민식이 디즈니플러스 ‘카지노’로 전세계 시청자를 만났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배우 최민식이 디즈니플러스 ‘카지노’로 전세계 시청자를 만났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연애 한 번 진하게 한 기분입니다.”

배우 최민식(60)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와 만남을 이렇게 돌아봤다. 지난해 12월 출항한 ‘카지노’는 이달 22일 파트 1·2 총 16화를 마무리했다. 이 작품은 그가 아침 드라마 ‘사랑과 이별’(1997) 이후 25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 출연작. 최민식은 “일주일에 딱 한 편만 보여주는 게 어디 있냐고 주변 사람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결말을 알려 달라’는 협박 아닌 협박도 받았다”고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이 작품은 차무식이라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무식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필리핀 카지노 거물이 됐지만, 한순간에 믿었던 동생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는다. 무식을 연기한 최민식은 “차무식의 매력은 ‘평범함’에 있다”며 “단순한 악당이 아닌 내 주변에 있을법한 캐릭터”라고 했다. “엄마 앞에선 아들이고, 아내 앞에선 남편인 평범한 한 남자의 이야기예요. 생존을 위해 어찌어찌 살다 보니 잘못된 일에 손대고 늪에도 빠지고 하는 모습을 그려보려 했어요.”

극 초반 나온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단어는 이 작품을 열고 닫는 큰 줄기다. 차무식의 인생도 이 단어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최민식은 “결국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것, 욕망을 과하게 좇은 인간의 결말에 대한 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엔 시들시들한 들꽃을 가져다 달라고 미술팀에 부탁했다”면서 “바람이 세차서 지든, 혹은 제 삶이 버거워 주체못해 떨어지든, 시든 꽃을 클로즈업하면 차무식이라는 인간의 끝이 보일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스틸 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스틸 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스틸 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스틸 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주요 배경이 필리핀인 만큼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여섯 달 넘게 찍었다. 최민식은 필리핀의 무더위에 지쳐 이제 동남아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크게 웃었다. 그는 “모든 걸 열어놓고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합을 맞추며 이야기를 쌓아 나갔다”고 했다. 그는 “모든 배우가 캐릭터의 당위성을 갖고 모이면, 저도 짬뽕 공이 휘고 튀듯 유연하게 받아들였다”면서 “감독도 자기 설계도의 큰 그림 안에서 열린 마음으로 흡수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 생활하면서 보기 드문 호흡이었다”고 했다.

최민식은 특히 손석구를 치켜세웠다. 손석구가 필리핀 호텔 방에서 나오지 않고 캐릭터 연구만 하고 있길래 ‘고시 공부하냐’는 우스갯소리도 했다고. 그는 “손석구 씨가 연기한 오승훈 경감은 쌓아 올리기 까다로운 인물”이라며 “필리핀에 적당히 있다 돌아가려다가 경찰로서의 본능이 깨어나는 건데 연기의 힘 조절을 잘 해내더라”고 했다. “손석구 씨가 결국 그럴듯한 오 경감을 만들어내더라고요. 대견하고 보기 좋았죠.”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에서 차무식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에서 차무식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1989년에 데뷔한 최민식은 34년간 연기하며 충무로 대표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고3 때 처음 대본 리딩한 이후에 운 좋게도 평생 이 일만 했다”며 “숨 쉬는 것, 밥 먹는 것과 비슷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연기라는 게 죽어야 끝나는 작업”이라면서 “아마 저는 연기의 의미를 끝까지 모르고 갈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도 평소에 제가 쓰던 장난스러운 말투나 행동 같은 걸 일부러 일부 넣었어요. 극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요. 배우는 몸이 악기입니다. 연기하는 캐릭터가 음악으로 치면 록이냐 발라드냐에 따라 이 몸을 연주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거예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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