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31일 통영 온다… 왜?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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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선생 업적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 관람
성악 전공 김정숙 여사, 윤 선생 유해 귀환 일조
윤이상 우상화 반대 보수단체 집회 예고 ‘긴장’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통영국제음악제 관람을 위해 31일 경남 통영을 찾는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후 7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다.

내외가 함께 통영에 오는 것은 대통령 재임 시절과 전후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방문으로 통영 출신 비운의 천재 음악가 윤이상(1917~1995) 선생과 성악을 전공한 김 여사의 각별한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윤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창설된 무대다. 1999년 ‘윤이상 음악의 밤’과 2000년과 2001년에 열린 ‘통영현대음악제’를 모태로 2002년부터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에 걸쳐 열리고 있다.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아시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라고 소개할 만큼 명실상부 아시아 최대 현대음악제로 성장했다. 통영국제음악당 역시, 이를 위해 건립됐다.

음악제와 음악당의 모태가 된 윤이상 선생은 1960년대부터 독일 베를린 음대 교수를 역임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개막 축하 행사로 무대에 올린 오페라 ‘심청’이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유럽 평론가들은 윤이상을 ‘20세기 중요 작곡가 56인’ 중 한 명으로 꼽았고, 생전엔 '유럽에서 현존하는 5대 작곡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선생이 세상을 떠난 1995년, 독일의 한 방송은 그를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으로 뽑았다.

특히 미국 뉴욕 브루클린음악원 건물 동판에 새겨진 위대한 음악가 44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44명 중 20세기 음악가는 윤이상을 포함해 네 명뿐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2년간 옥고를 치른 뒤 추방됐다.

이후 간첩으로 낙인찍힌 채 1995년 3일 11월 베를린에서 타계했다. 사후에도 이념 논란에 시달리며 국내에선 선생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2006년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 조사를 통해 동백림사건은 독재정권에 의한 조작된 것으로 결론 났지만, 경제학자 오길남 박사에게 입북을 권유했다는 주장이 뒤늦게 제기되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7년 7월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던 윤이상 묘소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7년 7월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던 윤이상 묘소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 건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였다.

그해 7월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문 전 대통령과 동행한 김 여사가 선생의 묘소를 참배한 게 결정적이었다.

당시 김 여사는 통영에서 공수한 동백나무를 선생 묘소 옆에 심었다.

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지만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면서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오게 됐다”고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이상의 이름이 재조명받기 시작했고 타국에 묻혔던 선생의 유해 귀환까지 성사됐다.

사후 23년 만인 2018년 고향 통영으로 돌아온 유해는 생전 ‘고향 바다를 다시 보고 싶다’던 선생의 뜻에 따라 통영국제음악당 뒤뜰에 묻혔다.

묘역은 98㎡ 면적에 봉분 없이 추모 공간으로 꾸몄다. 나지막이 얹은 너럭바위에는 한자 초서체로 ‘처염상정(處染常淨)’을 음각했다.

처염상정은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는 연꽃’을 의미한다.

1995년 윤 선생 타계 직후 49재를 지내려 독일을 찾은 설정 스님이 묘비에 직접 쓴 경구다. 그리고 그 아래 ‘윤이상’ 한글과 영문(ISANG YUN) 이름, 생몰 연도를 새겼다.


통영국제음악당 뒤뜰에 마련된 윤이상 선생 묘역. 부산일보DB 통영국제음악당 뒤뜰에 마련된 윤이상 선생 묘역. 부산일보DB

이날 처음 음악당을 찾는 만큼 문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관람에 앞서 묘역을 참배할 수도 있다.

비공식 일정이지만, 보수단체와의 충돌도 우려된다. 경찰에 따르면 윤이상 우상화를 반대해 온 자유대한호국당과 통영사랑시민연대가 내외 방문에 맞춰 집회신고를 냈다.

단체회원 30여 명은 시내 카퍼레이드 후 음악당 앞 진입로에서 집회를 연다.

경찰 관계자는 “불상사가 없도록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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