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꿈 이룬 14년 경단녀, 시민 목숨 구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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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횡단보도 쓰러진 여성 심폐소생술로 되살려
“경찰로서 당연한 일” 119구급대와 시민에게 공 돌려
경력 단절 기간 병원서 익힌 심폐소생술이 큰 도움 돼
“어릴 적부터 경찰이 꿈” 9~10번 떨어지고 늦깎이 합격

10일 경찰청 공식 유튜브에 ‘꺼져가는 심장을 뛰게 한 그날의 출근길’이란 제목으로 김혜진 순경의 활약을 담은 영상 한 편이 게시됐다. 김 순경이 쓰러진 시민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 경찰청 유튜브 갈무리 10일 경찰청 공식 유튜브에 ‘꺼져가는 심장을 뛰게 한 그날의 출근길’이란 제목으로 김혜진 순경의 활약을 담은 영상 한 편이 게시됐다. 김 순경이 쓰러진 시민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 경찰청 유튜브 갈무리

울산남부경찰서 김혜진 순경 울산남부경찰서 김혜진 순경

울산지역 한 경찰관이 길거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30대 여성을 심폐소생술로 되살린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4일 오전 7시께 울산시 남구 돋질로 왕복 4차선에 걸친 한 횡단보도에서 30대 여성 A 씨가 쓰러졌다. 당시 이 여성은 호흡과 의식이 없는 위급한 상태였다고 한다.

마침 사무실로 출근하던 김혜진(38) 순경이 이 모습을 발견, 주저 없이 차에서 내려 A 씨에게 뛰어갔다. 그는 주변을 둘러싼 시민들에게 119에 신고했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A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의식이 있는지 살폈다.

A 씨의 맥박이 희미하게 잡히자 김 순경은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그가 10회가량 여성의 가슴팍을 압박하자, “읔”하는 소리와 함께 A 씨가 가까스로 호흡을 되찾았다.

김혜진 순경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쓰러진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큰일 났구나’ 싶었는데,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면서 “다행히 옆에서 시민들이 발 빠르게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하기 전 여러 상황을 잘 설명해 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119구급대와 시민에게 공을 돌렸다.

교통계 소속인 김 순경은 119 구급대가 도착한 뒤에도 A 씨가 안전하게 인계될 수 있도록 경광봉과 수신호를 이용해 교통 정리를 하는 등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A 씨가 쓰러진 곳이 왕복 4차선 도로와 붙어 있어 2차 사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당일 저녁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순경은 2021년 서른여섯 나이에 입직한 ‘늦깎이 경찰관’이다. 22살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관두고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제복을 입는 군인이나 경찰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육아에 전념하면서도 꿈을 놓지 못해 5년 정도 공부하면서 시험도 9~10번은 떨어진 것 같다”고 웃었다.

김 순경은 경력 단절 기간에 병원에서 잠시 일하며 익힌 심폐소생술과 지난해 남부서에서 받은 심폐소생술 교육이 이번에 쓰러진 시민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 순경은 “경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로서 큰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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