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남도의 사찰·고택·서원 담은 여행기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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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명헌 견현여행/정영석

<록명헌 견현여행> 표지. <록명헌 견현여행> 표지.

<록명헌 견현여행>. 책 제목이 좀 어렵다. 록명헌은 저자가 머무는 공간의 이름이다. 그렇다면, 록명은 뭐고, 견현은 뭔가? 사슴은 맛있는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기 위해 동료를 불러 모은다고 한다. 이때 내는 소리가 바로 록명(鹿鳴)이다. 견현(見賢)은 어진 이, 혹은 현명한 이를 본다는 것이다. 책엔 ‘선현의 길 찾는 문화캠퍼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사찰, 고택, 서원 등을 둘러본 여행기다. 지역은 경남 거제·통영·하동을 비롯해 경북 봉화·청도·경주·포항, 충남 예산·공주·부여, 전남 강진·여수 등 남도(南道)를 훑었다.

저자는 통영의 풍경을 ‘향수’의 작가 정지용의 말을 빌린다. “통영과 한산도의 풍경과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표현할 능력이 없다.” 통영엔 청마 유치환, 현대 음악의 거장 윤이상, <토지>의 작가 박경리, 화가 전혁림의 얘기가 차고 넘친다. 포항에선 오어사에서 발길이 머문다. 자장암의 풍치는 더없이 아름답다. 구룡포엔 과메기만 있는 게 아니다. 적산가옥도 유명하다.

책엔 여행지에 대한 소개 글도 있지만, 사진도 한가득하다. 직접 카메라에 담은 여행지 풍경들. 저자는 사진 공부를 특별히 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구도가 하나같이 잘 잡혔다. 사진 감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신비주의 철학자이자 이란의 시인 잘랄루딘 루미(1207~1273)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은 힘과 사랑을 준다. 어디든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가 보라(중략). 여행할 때 그대는 변화하리라.” 책을 읽으면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우리 문화에 대한 사랑이 새록새록 싹틀지 모른다. 정영석 지음/맑은소리맑은나라/300쪽/2만 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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