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야에서 ‘고대 로만글라스’ 2점 나왔다
신라고분 출토 기존 2종과 다른 ‘제3의 범주’
“고대 영남지역에서 다양한 로만글라스 유통”
다양한 로만글라스가 고대 한반도 영남지역에서 유통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함안군과 경남연구원은 아라가야 권역인 함안 말이산고분군에서 최초로 로만글라스 유리조각 2점을 수습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중 1점은 2021년 중국제 연꽃잎무늬 청자그릇이 출토된 75호분에서 확인된 것으로, 둥글게 말린 장식이 달린 감청색 유리 조각이다. 다른 1점은 지난해 말이산고분군 북쪽 목곽묘 도굴갱에서 시굴조사를 통해 수습된 것으로 투명한 비취색의 유리 조각이다. 이와 비슷한 형태의 유리 조각은 경주 금관총, 사천왕사지 등 신라권역과 김해 대성동 고분군 91호분, 합천 백암리사지 등 가야권역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있다. 이를 통해 아라가야가 주변국과 활발하게 교류하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말이산고분군 출토 유리 조각 2점(5~6세기)과 김해 대성동 고분군 출토 1점(4세기), 경주 사천왕사지 출토 1점(6~7세기) 등 총 4점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천마총 황남대총 등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로만글라스와는 다른 범주의 것으로 확인됐다. 신라 고분의 것은 소다 원료를 기준으로 ‘로마 유리’와 ‘사사니아 유리’로 분류되는데 이번에 분석한 4점은 그와 다른 제3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측은 “이로 미루어 보아 4점의 유리 용기 조각은 제작과정에서 기존 로만글라스(로마 유리, 사사니아 유리)와는 다른 제작 원료를 사용하였고, 제작 집단 또한 상이하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로만글라스 형태의 유리 용기 조각이 영남권역에서만 발견되는 점을 볼 때 제작지와 제작 원료가 다양한 로만글라스가 고대에 한반도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유통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함안 말이산고분군에서 수습된 고대 유리 용기 조각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29일 개최되는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