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락동 ‘어민 얼굴’ 역사 속으로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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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청년문화 조성 일환
주차타워 수리 과정서 삭제
“사유재산이어서 강제 못 해”

부산 민락동 민락어민활어직판장 주차타워에 조성됐던 그래피티. 부산일보DB 부산 민락동 민락어민활어직판장 주차타워에 조성됐던 그래피티. 부산일보DB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어민활어직판장 주차타워에 그려진 아시아 최대 규모의 그래피티가 사라졌다. 지난해 태풍으로 손상된 주차타워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그래피티가 지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부산시에 따르면 민락어민활어직판장은 지난해 8월 1억 원을 들여 태풍으로 손상된 주차타워를 수리했다. 누수로 인해 벽면 패널이 손상되며 관련 민원 접수가 잦아지자 수리를 결정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차타워에 그려진 그래피티가 사라졌다. 이 작품은 2012년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진행한 ‘청년문화수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해당 그래피티가 조성된 ‘그래피티 부산’ 프로젝트엔 1300만 원 가량의 예산이 들었다.

민락어민활어직판장에 그려진 그래피티는 독일 출신 작가 ECB가 그린 ‘나이든 어민의 얼굴’이란 제목의 작품이다. 어디선가 한 번쯤 본 것만 같은 친숙한 모습의 한 어민이 그래피티의 주인공이다. 작품은 56m라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조성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작품 조성 당시 부산문화재단은 민락어민활어직판장에 그래피티를 3년간 유지할 것을 구두로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이 그려진 주차타워의 판넬이 파손되거나 떨어질 때마다 민락어민활어직판장에서 자체적으로 보수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8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어 주차타워 전체 보수에 들어가며 그래피티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와 수영구청은 “사유재산에 그려진 그림이라 유지를 강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사업을 진행했던 부산청년문화수도 관계자는 “그래피티 작업 특성상 오랜 시간 보존이 어려우며 작품이 지워질 당시 작가에게도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다만 큰 주목을 끌었던 작품인 만큼 오래 유지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작품이 그려진 건물이 사유재산이라 유지를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공공예술로서 이슈가 됐던 작품인 만큼 개인적인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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