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공포, 기업보다 가계가 더 느꼈다
고금리에 부산 가계대출 감소
1월 -1724억 이어 2월 -508억
체감경기 호전 기업대출 증가
예금은 2월 들어 2조 넘게 늘어
기업보다 개인 예금액 증가
한국은행이 최근 2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선 가운데, 부산에서는 가계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1일 파악됐다. 반면 체감경기가 다소 호전되고 있는 기업대출은 증가하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당시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 가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며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어 ‘고금리 공포’ 심리가 기업보다는 개인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발간한 ‘2월 부산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부산 금융기관 여신(대출)은 194조 1000억 원으로 전국 3049조 3000억 원의 6.4%를 기록했다. 부산의 전월 대비 대출 증가 폭은 1월 641억 원에서 2월 896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대출 주체별로 살펴보면 가계대출은 1월(-1724억 원)에 이어 2월에도 508억 원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주택매매와 집단대출이 늘어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직전달 883억 원에서 이달 1746억 원으로 확대됐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월에 2607억 원 감소한 데 이어 2월에도 2254억 원 줄어 감소세가 지속됐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높은 신용대출 등의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기간 기업대출 증가액은 3468억 원에서 1조 716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 구분해도 대기업 은 2695억 원에서 4921억 원으로, 중소기업은 773억 원에서 5796억 원으로 모두 증가 규모가 커졌다. 한국은행은 “은행의 취약 중소기업을 위한 신규 지원프로그램 시행, 일부 대기업의 운전자금 수요 증가 등으로 증가 폭이 확대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기업대출 증가 추세는 최근 부산 기업 체감경기의 호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매달 진행하는 ‘부산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 2022년 하반기 이후 꾸준히 낮아지던 부산 제조업·비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4월에 2개월 연속 동반 상승했다. 4월 제조업 BSI는 3월(72)보다 1포인트(P) 오른 73을, 비제조업BSI는 같은 기간 68에서 4P 오른 72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제조업(70), 비제조업(74)이 전월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산 금융기관 수신은 1월 5958억 원 감소에서 2월 2조 2383억 원 증가로 전환했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예금은행 수신 증감액이 급변했는데 하락세를 보인 1월(-2조 1292억 원)과 달리 2월에는 1조 3346억 원 증가로 대폭 늘었다. 예금 형태별 증감액은 대기성 자금 성격인 요구불예금이 -7473억 원에서 3274억 원으로, 저축성예금이 -1조 3132억 원에서 -4635억 원으로, 시장성 수신이 -406억 원에서 1조 4425억 원으로 직전달보다 늘어났다. 특히 이 가운데 기업보다는 가계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의 증가세, 감소 폭 완화 정도가 시장성 수신보다 높게 나타나 개인의 예금액이 큰 폭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은행금융기관 수신은 같은 기간 저축은행 수신(2534억 원→-575억 원)의 감소 전환 등으로 증가 폭이 1조 5334억 원 증가에서 9037억 원 증가로 규모가 줄었다.
한편 2월 부산 보증 기관의 보증 규모는 1월 892억 원 감소에서 1992억 원 증가로 전환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