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설화 국힘, 이번엔 태영호 ‘공천 관련 녹취’ 악재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진복 정무수석이 공천 언급”
‘태-보좌관’ 대화 녹취 유출
이·태 “과장된 내용” 거듭 해명
민주 “정치 중립 훼손” 맹비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왼쪽)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연합뉴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왼쪽)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연합뉴스

당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설화로 곤욕을 치른 국민의힘이 이른바 ‘태영호 녹취’이라는 악재에 다시 직면했다. 녹취 논란의 중심에 선 태영호 최고위원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으나,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지율 정체 상태인 당정이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미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다시 논란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수석과 태 최고위원은 2일 전날 보도된 ‘태영호 녹취’ 관련 보도 내용을 두고 “과장된 내용”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이 수석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서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한테 의견을 물어서 답을 할 수는 있겠지만 누구에게 공천을 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태 의원이 전화해서 '(보좌진에게)설명하면서 조금 과장되게 얘기를 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태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이 수석이 공천 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 보좌진에게 과장을 섞어 말한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올리고, 국민의힘 의원 메신저 단체대화방에도 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태 최고위원은 “국회의원과 보좌진 사이의 공무상 비밀인 회의 내용이 불순한 목적으로 유출되고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MBC는 전날 태 최고위원이 지난 3월 9일 의원회관에서 보좌진을 대상으로 발언한 녹취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태 최고위원이 녹취에서 '오늘 내가 들어가자마자 이진복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느냐. 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에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느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돼’ 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태 최고위원이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으로) 있는 기간에 마이크를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것은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 지도부는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태 최고위원이 공천 관련 발언은)없다고 했다. 본인이 과장한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기자들에게 “(태 최고위원)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며 “일단 본인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공천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총선 공천에 분명한 개입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정부의 정치 중립 훼손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에서 “태 의원 지역구인 강남갑은 국민의힘의 절대적 우세 지역이다. 공천 여부가 재선 여부와 직결되는 곳”이라며 “당근을 주면서 좀 더 열심히 뛰라고 채찍질하는 대통령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당 윤리위원회는 전날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김구 선생 관련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 최고위원의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태 최고위원 징계 수위는 이번 논란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