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에 자리 잡은 안후윤 작곡가 “언젠가 오스카 타고 싶어요”
미국 단편영화 6편 참여 작곡가
부산에 작업실 두고 음악 작업
“아카데미상 받도록 노력하겠다”
안후윤 영화음악 작곡가. 본인 제공
주저하지 않았다. 작업 중인 영화음악도 자신 있게 들려줬다. 10년 전 미국으로 훌쩍 떠날 때도 망설이지 않았다. 다시 부산에 자리 잡은 그는 “음악으로 세상의 여러 목소리를 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안후윤 작곡가는 미국 단편영화 6편에 참여한 음악인이다. 미국 LA 할리우드에 있는 ‘뮤지션스 인스티튜트’에서 2020년 ‘독립 아티스트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영화음악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그해 9월 중·고교를 다녔던 부산으로 돌아왔고, 지난해 8월엔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 입주해 영화음악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악기와 장비 등이 놓인 작은 작업실에서 지난달 21일 처음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못다 한 이야기는 14일까지 SNS로 대화했다.
첼로를 연주했던 소녀는 작곡을 선택했고, 한 다큐멘터리는 그를 영화음악의 길로 인도했다. 안 작곡가는 “고등학생 때 오케스트라에 있었는데 문득 연주를 멈추고 싶었다”며 “지휘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작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돌고래를 잔인하게 학살하는 ‘더 코브’라는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잠을 못 잤다”면서 “동물이나 힘없는 사람을 대변하는 일을 돕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음악이 그럴 수 있다고 믿은 그는 미국으로 향했다. 방황하며 국내 음대도 다녔지만, 그 꿈이 계속 아른거렸다. 안 작곡가는 “네이버에 ‘영화음악 하는 법’을 검색하니 미국에 가라고 했다”며 “2013년 영어를 배우러 뉴욕으로 떠났고, 2017년 음악 전공으로 LA 산타모니카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후윤 영화음악 작곡가. 본인 제공
미국 단편영화 음악도 그 무렵 시작했다. 조금씩 성과도 낼 수 있었다. 2019년 영화 ‘Supremacy(수프리머시)’에 메인 테마 OST인 ‘Beating Heart(뛰는 심장)’가 처음이었다. 그는 “지금은 ‘reign(레인)’으로 제목이 바뀐 첫 영화 OST로 2021년 LA 베니스 쇼츠, 몬트리올 독립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며 “미국 넷플릭스 ‘블링블링 엠파이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테마 음악을 계약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돌비(Dolby) 본사에서 작업한 건 엄청난 경험이었다. 한국계 미국인 엘리니어 조(Eleanor Cho) 감독의 단편 ‘Dinner is ready(저녁 먹자)’ OST를 만들어 후반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암에 걸려 돌아가신 어머니를 요리 레시피를 통해 그리워하는 영화”라며 “돌비 본사 초청으로 애트모스(Atmos) 믹싱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르겐 샤르프(Jurgen Scharpf) 믹싱 감독도 작업에 참여했다”며 “미국 아카데미 박물관에서 시사회도 열었는데 영화를 보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에게 부산은 어떤 음악 작업이든 해낼 수 있는 도시다. 안 작곡가는 “부산은 불편한 게 없다”며 “해외 작품도 제안을 받거나 지원을 해서 여기서 작업해 왔다”고 했다. 이어 “영화음악을 작업할 시설이나 시스템도 충분하다”며 “드라마 ‘파친코’ 제작진이 찾은 행사에서 질문하며 배울 기회도 있었다”고 했다.
안 작곡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음악가가 되고픈 포부가 있다. 그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도 작업하고 싶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할 작품에서 새로운 음악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젠가 오스카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꿈이다”면서 “더 노력하고 실력을 키워 더 자랑스러운 부산 사람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