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투약 실수로 영아 사망했는데 은폐 시도한 간호사들 실형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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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 중인 영아에게 약물 투약 실수를 해 숨지게 하고, 이를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간호사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11일 제주지법 형사2부는 업무상 과실과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 A 씨와 B 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2개월과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호사 C 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1일 코로나19로 입원 치료 중인 영아가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자 담당 의사는 약물 '에피네프린' 5㎎을 희석한 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여하라고 처방했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등 심장 기능이 멈췄을 때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간호사 A 씨는 처방과 달리 이 약물 5㎎을 정맥주사로 투여했다. 같은 팀의 선임인 B 씨는 약물 투여 후 피해 영아의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오류를 인지하고도 이를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간호사인 C 씨 역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고도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A 씨, B 씨에게 사고 보고서 작성 등을 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A 씨는 B 씨, C 씨와 공모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약물 처방 내용과 처치 과정 등 의료사고와 관련한 기록을 수차례에 걸쳐 삭제했다.

결국 영아는 상태가 악화되어 다음날 숨졌다. 이들은 영아 장례가 끝난 뒤에서야 투약 실수를 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볐다.

재판부는 약물 투약 사고로 영아가 사망한 것과, 사고 후 이를 은폐한 유기죄는 성립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런 은폐행위와 사망 간 인과관계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몸무게 11㎏에 불과한 1살짜리 영아에 에피네프린을 적정량보다 50배 이상 잘못 투여하면 곧바로 심장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들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1시간 후로 이때는 이미 영아 심장이 심각하게 손상돼 의료기술상 돌이키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결국 사고 1시간이 지난 뒤에는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상태가 나아지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데, 사고 직후 보존 조치는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담당 의사도 즉시 보고를 받았으면 피해자에 대한 치료 방법이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피해자 상태가 급격히 바뀌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 원인은 최초 약물을 잘못 투여한 사고가 직접 원인으로, 담당 의사 등 위에 보고 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과실은 맞지만,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진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던 점, 피고인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유족을 위해 법원에 각 5000만 원을 공탁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피해자 유족은 선고 직후 "우리 아이 어쩔 거냐", "누가 돈을 주라고 했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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