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모 홀로 보살폈건만…끝내 폭행치사 40대 ‘징역 7년’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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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노모 병수발… 건강 악화 대소변 못가려
‘식사 거부’ 격분해 폭행·방치 결국 사망
“얼굴 건드렸을 뿐”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배척
법원 “장기간 돌봄·우발적 범행 등 참작”

부산지법. 부산일보 DB 부산지법. 부산일보 DB

뇌경색과 치매를 앓는 노모를 홀로 부양하던 40대 남성이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80대 어머니를 폭행, 방치해 사망까지 이르게 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7일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올해 1월 9일 오후 8시께 자신의 어머니인 80대 여성 B 씨를 수차례 폭행한 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4일 뒤인 1월 13일 오전 4시께 다발성 뇌출혈 등으로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고, 수년 전부터는 뇌경색과 치매 등을 앓는 노모를 모시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B 씨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스스로 거동을 하지 못하고, 대소변마저 가리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에도 A 씨가 어머니에게 저녁 식사를 떠먹여 주던 중 B 씨가 고개를 돌리며 식사를 거부하자 순간 격분해 “일어나봐라.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폭행 이튿날인 1월 10일 B 씨의 얼굴과 팔, 어깨 부위에 멍을 발견했고, B 씨를 돌보기 위해 11일부터 3일간 직장에 휴가를 냈다. 그러나 1월 13일 새벽 B 씨가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로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장 119에 신고해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으나 노모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A 씨 측은 B 씨의 턱과 볼 부위를 건드렸을 뿐 다발성 뇌출혈이 발생할 정도로 폭행한 사실이 없고, A 씨의 행위와 B 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거나 이를 예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얼굴을 톡톡 건드렸을 뿐이라거나 피해자가 스스로 넘어져 입은 상해라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소를 하면서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고등학생 때부터 다른 가족의 도움 없이 피해자와 생활해 오면서 피해자의 거동이 어려워진 이후에도 피해자를 오랜 기간 돌봤다. 스트레스의 누적으로 인해 다소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 씨 측은 1심 판결에 항소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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