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 시행 한시가 급하다
전력 생산·소비지 간 불균형 해소 기대
국가균형발전 위해 조속히 도입해야
지역에 따라 전기 요금 부과에 차등을 두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 16일 국회 법사위는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갑) 의원이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 도입을 위해 대표발의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부산·울산처럼 원전을 머리에 이고 살면서 원전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잦아 불안감에 시달리는 지역민들에게 경제적 보상이 가능한 길이 열리게 됐다. 이 법안은 원전 등 발전소를 낀 전력 생산 지역과 전력을 대량으로 집중 소비하는 수도권이 같은 전기료를 내는 불합리성을 해결해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오는 25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 의결을 순조롭게 통과해 하루빨리 시행되길 바란다.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는 전국에서 동일하게 적용된 전기료를 사용량에 따라 부담하는 현행 요금 체계를 바꿔 지역별로 전기료를 차등 부과하는 방법을 통해 전력 생산 기여도가 높은 곳을 우대하는 게 핵심이다. 10여 년 전부터 고리·신고리원전이 있는 부산·울산 시민들이 ‘반값 전기료’를 내세워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이다. 16일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가스 요금이 또다시 종전보다 5.3% 올라 서민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게 됐다. 이런 상태에서 이번에 첫 단추가 꿰진 전기료 차등화는 부울경 주민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역별 차등 전기료의 효과는 단순한 요금 인하 혜택에 그치지 않는다. 비수도권 해안가에 원전을 집중시키고 서울 등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중앙집중형 국가 전력 시스템의 전국 분산을 유도해 에너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대형 송전탑 인근 주민들의 민원과 대규모 송전 시설의 필요성을 없애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고 예산 낭비를 막는 이점도 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수도권 지자체를 포함한 각 시도가 자체 발전량을 높여 다른 지역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의 지난해 발전량은 부산의 9%인 4337GWh이지만, 사용량은 4만 8789GWh나 된다.
무엇보다 지역균형발전에 큰 힘이 실린다는 점에서 차등 전기 요금제의 시행이 시급하다. 원전 소재지와 여기에 가까운 지역의 전기료가 집중 소비지에 비해 낮아지면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해 비수도권에 일자리와 인구가 늘면서 지역소멸 위험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관련 법안 시행은 한시가 급한 것이다. 사사건건 이견을 보이며 충돌하는 여야는 전기료 차등화만큼은 당위성을 유념해 차질 없는 국회 처리, 조속한 시행 등 나머지 단추를 잘 꿰기 위해 합심할 일이다. 원전 최대 밀집지인 부울경의 경제 발전을 위한 법제화에 지역 국회의원들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