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19. 척박한 환경에서 조각의 모더니티 실천한 작가, 염태진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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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진(1915~1999)은 부산 출생으로 일본대학교 미술과를 졸업했다. 1942년과 1943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했으며, 1972년 국민훈장 목련장과 1978년 눌원문화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1959년부터 지속적으로 ‘부산미술협회전’에 참여했다. 1964년 ‘앙뎅팡당전’, 1965년 ‘대한민국국민미술전 초대작가전’, 1974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조각전’에 이어 ‘부산수채화협회전’에도 참여했다. 경남미술대전과 부산미술대전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부산여자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염태진은 1931년부터 1944년까지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조선미술전람회에 조각부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25년 제4회 때이다. 이후 1930년대에 들어서며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는 조각가의 수가 늘어났다. 당시 염태진은 서양화와 조각부에 모두 출품했는데, 그림과 조각 모두에서 재능을 보이며 ‘장래가 매우 촉망되는 예술가’로 평가되었다.

염태진은 부산 지역에서 많은 중견 조각가를 배출한 ‘공간회’에서도 활동했다. 공간회는 부산 최초의 입체작업 그룹으로 1969년에 창립된 단체이다. 조각이 3차원의 공간예술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간회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단체는 석재, 목재, 브론즈, 폴리에스테르 등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구상과 비구상을 수용하는 전시 형태를 선보였다.

공간회 창립 당시만 해도 ‘부산의 조각계는 불모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술대학에도 조각과가 없는 데다가 부산에서 활동하는 조각가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산의 모더니즘 조각이 척박한 상황에서 염태진은 거의 유일하게 조각의 모더니티를 실천한 인물이었다.

작품 ‘미상’은 염태진 특유의 미니멀한 경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1980년대에 제작된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특이한 점은 미니멀리즘 경향을 추구한 조각가들이 정확한 큐브를 사용한 반면, 염태진은 한 방향으로 일그러진 큐브의 변형체를 반복했다는 점이다.

또한 저변을 지면에 가장 넓게 두지 않고 한 열을 줄여서 안쪽으로 좁혀지는 형태를 시도했다. 따라서 기하학적 형태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감성의 여지를 철저히 배제하려는 미니멀리스트의 일반적 특징에 비하여 염태진은 심미적 기준에서 기하학적 구성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정우영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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