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때리고 밟아도’ 영유아-교사 관계 ‘좋아요’… 인증제 ‘유명무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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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정황 어린이집 평가 ‘우수’
시설 등 기본 사항만 확인 ‘허점’
불시점검 등 제도 개선 목소리

집단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난 경남 진주시의 한 장애아동 전문 어린이집이 지난 2022년 정부 평가인증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현장평가가 진행된 시기는 교사들의 집단 학대가 일어나고 있을 당시였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는 보육·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 실현’과 ‘안심 보육환경 조성’을 위해 국가가 전국 어린이집을 상대로 평가하는 제도다.

예전에는 평가인증이 어린이집 재인증 절차에 불과했지만, 2019년부터는 A~D 4개 등급으로 나누고 이에 따른 관리와 개선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에겐 어린이집 보조금 지원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상시적인 보육서비스 질 확보를 위한 제도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적으로 아동학대와 부정수급 사실이 적발된 어린이집들이 우수한 점수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 80여 일 동안 510여 차례 아동학대 정황이 포착된 진주 A장애인어린이집 역시 지난해 평가에서 우수 등급인 B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유치원 통합정보공시에 따르면 평가인증은 ‘보육과정 및 상호작용’, ‘보육환경 및 운영관리’, ‘건강·안전’, ‘교직원’ 등 4개 부분에 대해 평가한다.

그런데 A장애인어린이집의 경우 영유아와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바람직하게 이뤄지는 지를 평가하는 ‘보육과정 및 상호작용’을 포함해 3개 분야에서 ‘우수’를 받았다. 교직원 근무환경과 처우, 복지, 전문성 제고를 평가하는 교직원 분야만 ‘보통’ 등급이 나왔을 뿐이다. 심지어 A장애인어린이집 평가인증 과정에서 현장평가 기간은 지난해 6월이었으며 종합평가는 7월, 결과발표는 8월에 났다.

교직원 7명이 아동 15명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가한 시기였지만 이러한 정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실상 ‘수박 겉 핥기식’ 평가가 진행됐다.

평가원들이 와도 개인 정보 보호와 시간상 여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CCTV를 돌려보지 않다 보니 결국 시설 등 기본적인 사항 확인에만 그친 셈이다.

피해 아동 학부모 B 씨는 “아이들이 주로 지적장애나 자폐 증세를 앓고 있다. 당연히 학대를 당해도 집에 와서 말을 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인증이나 현장점검이 학대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런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계 역시 평가인증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정리 경상국립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솔직히 말해 지금의 평가인증은 쇼에 가깝다. 그냥 잘 만든 서류에 하루 아이들과 잘 놀면 우수 등급을 받는다. 교사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불시점검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평가인증 방법이 개선돼야 한다. 또 교사들이 학대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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