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근 “허문영 당신은 회계·감사에서 신경 꺼라”(종합)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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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BIFF 내부 간담회
오 위원장 발언 녹취록 보니

허 위원장 반대에도 조종국 영입
고 김지석 부위원장 모델 끌어와
수석 프로그래머 역할 국한 논란
“우리 조직 대장은 이용관” 발언
영화제 사유화 비판 아랑곳 않아

왼쪽부터 오석근 부산국제영화제(BIFF)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과 허문영 집행위원장. 왼쪽부터 오석근 부산국제영화제(BIFF)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과 허문영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BIFF)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허문영 집행위원장에게 지난 2월 “김지석(BIFF 창립 멤버이자 전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이 돼라”고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BIFF 이용관 이사장과 그의 측근인 조종국 씨를 운영위원장으로 데려가기 위해 허 위원장은 영화 선정을 담당하는 사실상 ‘수석 프로그래머’ 역할에만 충실하라고 설득한 것이다.

〈부산일보〉는 오 위원장이 지난 12일 BIFF 직원들에게 허 위원장 사의 표명을 둘러싼 상황을 설명하는 간담회 녹취록을 입수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허 위원장은 조 위원장 임명에 반대했지만 이 이사장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정황도 나타났다. 오 위원장은 “허 위원장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이사장이 결정한 부분이기에 적극적으로 수용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결국 지난 9일 사실상 조 위원장과 ‘공동 위원장’이 됐고, 이틀 후 사의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행정, 예산 등 주요 권한을 신임 위원장에게 넘긴 게 기폭제가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수가 된 “김지석이 돼라”

오 위원장은 녹취록에서 허 위원장에게 “우리가 1996년 처음 (영화제를)시작했을 때 BIFF는 김지석과 김동호(전 이사장·집행위원장)가 운영했다. 27년이 지난 이 시점에 김동호 위원장의 역할을 허 위원장 당신이 할 수 있느냐, 못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허 위원장에게 행정, 예산 등에서 손을 떼고, 운영위원장 자리를 신설해 주요 업무를 맡기자고 설득했다. 그는 허 위원장에게 “일 년에 절반을 해외에 나가 있으면 누군가 운영 전반을 책임져야 한다. 그걸 운영위원장이 맡게 하자”며 “BIFF를 대표해 운영 전반을 맡는 사람은 국회의원도 만나야 하고, 협찬사도 만나야 하고, 언론사도 만나야 한다. 사무국장이 급이 맞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가 언급되자 한 직원은 BIFF 내부 게시판에 ‘허문영에게 김지석이 돼라는 건 두 사람 모두를 욕보이는 말’이라며 ‘우리가 아는 김지석 선생이 그 말을 반겼을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종국 어떠냐” “안 된다”

오 위원장은 녹취록에서 “김동호 위원장이 작품에 신경을 꺼 버린 것처럼 (허문영)당신은 회계, 지원, 감사 등에서 신경을 꺼 버려라”라고 말했다며 “(허문영이)동의하길래 대안으로 조종국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허 위원장이 단번에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 평판이 부산 영화계에서 좋지 않은 데다 과거 여러 논란을 일으킨 점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허 위원장이 “(조 위원장이)영상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있을 때 부산 영화인하고 많은 분란을 일으켰다”며 “‘강성’이고 ‘편향적’이라고 말했다”고 오 위원장은 설명했다. 이에 오 위원장은 “나와 (이용관)이사장이 아는 사람으로 봤을 때 조종국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재차 설득했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허 위원장이 조 씨가 운영위원장을 맡는 데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을 ‘대장’으로 꼽으며 사유화 논란에도 크게 신경 쓸 게 없다고 말을 이어 간 것으로 보인다.

오 위원장은 허 위원장에게 “밖에서 ‘이용관의 (영화제)사유화’라고 하는 이야기를 우리가 한두 번 듣는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대장이 누구냐, 우리 조직의 대장이 누구냐, 나는 이용관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신과 내가 대장을 중심으로 해서 하는데 거기에 무슨 사유화가 있느냐”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조, 이용관·오석근과 한 세트”

영화계에서는 왜 하필 조 위원장이냐는 말이 끊이질 않는다. 공교롭게도 이 이사장뿐 아니라 오 위원장에게도 최측근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오 위원장이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영상위원회 수장일 때 각각 사무국장과 사무처장 자리를 맡았다. 조 위원장은 ‘다이빙벨 사태’ 이후엔 ‘BIFF에서 김동호가 나가고, 이용관 이사장이 돌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영화계 인사 A 씨는 “BIFF가 위기에 처하더라도 이용관 이사장은 가장 어려울 때 옆을 지킨 오석근과 조종국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인사 B 씨는 “이용관, 오석근, 조종국은 ‘한 세트’”라며 “BIFF에서 오석근의 입지도 넓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위원장은 이 이사장과 오 위원장의 의지에 떠밀려 결국 조 위원장의 임명 등에 크게 반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에 따르면 오 위원장은 허 위원장이 임시총회 전에도 “운영위원장(임명)과 예산 전반은 내 의지가 아니다”라며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결례이니 이번 영화제를 마치고 그만두겠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허 위원장이 이 이사장에게 “칼자루는 이사장이 쥐고 있으니 알아서 결정하라”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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