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용기 있는 행동 기억”… 한국인 원폭 위령비 첫 ‘공동 참배’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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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추모 시설
피폭자 등 피해자 10명도 참석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있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시설로 한일 양국 정상이 공동 참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있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시설로 한일 양국 정상이 공동 참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했다. 두 나라 정상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기시다 총리와 유코 여사는 21일 오전 7시 35분께 위령비를 찾아가 일렬로 서서 백합 꽃다발을 헌화하고 허리를 숙여 약 10초간 묵념하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도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한 차례 더 묵례했고, 원폭 피해자에게도 인사했다.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박남주 전 위원장과 권준오 현 위원장 등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명이 뒤에 앉아 참배를 지켜봤다. 박 전 위원장은 피폭 당사자, 권 위원장은 피폭자 2세다.

윤 대통령은 참배 직후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게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시다 총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 참배는)한·일관계에서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을 통해 “두 정상이 한·일 관계의 가슴 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두 정상의 참배에 동포 희생자들이 함께 자리한 것이 그 의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동북아,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의 핵 위협에 두 정상, 두 나라가 공동으로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시설이다.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했을 당시 한국인 약 5만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히로시마 원폭으로 인한 한국인 사망자를 3만 명으로 추산한 바 있으며, 위령비에는 사망자가 2만 명으로 기록돼 있다.

한국 대통령은 이전까지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적이 없었다. 일본 총리 중에서는 고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1999년에 참배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9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피해를 봤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명과 히로시마 민단·한인회 소속 회원 9명 등 재일동포 19명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자리를 빌려 동포들과 여러분에게 위로의 말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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