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내년부터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위로금·생계비 지원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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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거주자 350명 대상
의료비 지원사업도 확대
지정병원 권역별 추가 확보
“타 지역 배제는 잘못” 제기

부산시가 내년부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에게 위로금과 생계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생존 피해자들.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내년부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에게 위로금과 생계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생존 피해자들.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내년부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에게 위로금과 생계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형제복지원 사건이 국가폭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사건으로 인정받은 만큼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부산에 거주하는 피해자에 대해서만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아쉬움도 제기된다.


부산시는 내년도 예산에 형제복지원 수용 피해자에 대한 위로금과 생계비를 편성하고 내년부터 이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임을 확인 받은 부산 거주자로 한정한다. 시는 대상자가 350명가량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확한 지원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경기도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 사례를 참고해 유사한 수준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선감학원 사건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초까지 아이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킨 사건으로, 경기도는 피해자에게 위로금 500만 원과 생활안정지원금 월 2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시는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사업도 더욱 확대한다. 지난해 11월부터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대상으로 본인 부담금 500만 원 한도 내에서 의료비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부산의료원에서만 적용 가능했다. 시는 관내 병원들과 협의해 지정병원을 권역별로 추가 확보해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또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와 피해지원체계 강화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거나 인력을 늘리는 등의 방안에 대해서도 조직진단을 통해 구체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시 민생노동정책과 관계자는 “피해자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국비 지원을 소관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지원책이 부산 거주자에 한정돼 아쉬운 점으로 지목된다. 부산에서 발생한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생존자는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있기 때문이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대표는 “이번 대책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산지역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반기지만, 타지역 피해자를 배제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면서 “부산시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책임이 있는 만큼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과 인권유린에 대한 성찰과 반성, 추모사업과 트라우마 치유 등 자활을 돕는 후속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1986년 부산 사상구 주례동에 위치한 부랑인 수용시설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사건을 말한다. 지난해 8월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에서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리고,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된 사과와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난 14일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인 최승우 씨가 정부와 부산시를 규탄하며 광안대교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폭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정받은 만큼 시 또한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관계부처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한편,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시 차원에서 보다 두텁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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