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에 녹인 비판의식’ 최일남 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별세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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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1세…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회장으로 활동

사진가 강운구가 찍은 소설가 최일남(서울 종로, 1975). ⓒ강운구 사진가 강운구가 찍은 소설가 최일남(서울 종로, 1975). ⓒ강운구

해직 기자 출신으로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최일남 소설가가 2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최일남은 지난 26일 몸 상태가 악화해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이날 0시 57분 생을 마감했다.

1932년 전북 전주에서 출생한 최일남은 전주사범학교를 거쳐 1957년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0년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를 수료했다. 대학생이던 1953년 <문예> 지에 ‘쑥 이야기’를 발표했고 1956년 <현대문학>에서 ‘파양’을 추천받아 본격적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던 1970년대 이후 이른바 출세한 촌놈들이 겪어야 하는 복잡한 삶의 이야기를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더러는 쓸쓸한 비애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1980년대 이후 역사적 감각,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이 전면에 드러나는 작품을 썼다. 하지만 그의 많은 소설들은 분명한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으면서도 날카로운 공격의 수준까지는 나아가지 않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그의 정신 속에 깊은 겸허함, 선비적 풍모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사람들>(1957) <타령>(1977) <홰치는 소리>(1981) <누님의 겨울>(1984) <때까치>(1994) <아주 느린 시간>(2000)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2015) 등 다수의 단편집을 출간했다. <거룩한 응달>(1982) <하얀 손>(1994) <덧없어라 그 들녘>(1996) <국화밑에서>(2017) 등 여러 장편 소설과 <말의 뜻 사람의 뜻>(1988) <정직한 사람에 꽃다발은 없어도>(1993) <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2006) 등 에세이도 여러 편 썼다. 월탄문학상(1975) 한국일보문학상(1981) 이상문학상(1986) 오영수문학상(1998) 한무숙문학상(2001) 김동리문학상(2001) 등으로 작품 세계를 인정받았다. 2008∼2010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냈으며 2002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고인의 삶을 설명할 때 언론인으로서 발자취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민국일보> <경향신문>을 거쳐 <동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탄압으로 동아일보 편집부국장과 문화부장을 겸하던 중 해직당했다. 1984년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 복직했으며 1988~1991년 <한겨레신문> 논설고문을 지냈다. 19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회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도 활동했다.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왕성하게 집필한 고인은 사회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해학적인 문체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촌문화상(1994) 장지연언론상(1995) 은관문화훈장(2001)을 받았다.

1997년 발표한 <만년필과 파피루스>에는 언론계에 대한 고인의 뼈아픈 고백과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최 작가는 엄혹했던 시절 동아일보 기자로서 김중배와 함께 격주로 칼럼을 연재했다. 당시 최일남 칼럼과 김중배 칼럼은 우울했던 시절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 ‘예지와 통찰의 칼럼니스트’로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글과 행동으로 지식인의 모범을 보였다”는 평을 들었다. 유족은 1남 1녀와 사위, 며느리 등이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3호실이며 발인은 30일 오전 9시에 예정돼 있다. 장지는 성남 영생관리사업소.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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