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증 실패·존재감도 없는 부산시 공기업 사장
한문희 교통공사 사장 중도 사의
시, 인사 시스템 제대로 정비해야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공기업의 수장 자리가 중앙기관 요직이나 정부 공기업 대표로 가는 출세용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얼마 전 부산교통공사 한문희 사장이 갑자기 사의를 표명한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한 사장은 절반이나 남은 임기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직 응모를 위해 사표를 던졌다. 지역 현실도 잘 모르고 연고도 없는 인사들에게 지역 공기업 대표를 맡긴 건 경영 능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이렇다 할 역할도 못 하면서 맡은 소임을 내팽개치는 일이 자꾸 일어난다. 지역을 무시하고 부산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여겨질 수밖에 없다.
부산과 별다른 인연도 없었던 한 사장은 임명 전 부산시의회로부터 ‘부적격’ 판단을 받았던 사람이다. 박형준 시장이 임명을 강행한 만큼 그에 걸맞은 능력과 성과를 보였어야 하는데 그의 마음은 진작에 중앙정부로 쏠려 있었던 것 같다. 지역 공기업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이 코레일 사장 같은 정부 공기업 수장이 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전국의 청년 인재가 몰리는 부산교통공사는 잇속만 차린 수장의 이탈 때문에 당장 위상 추락이 불가피해졌다. 공기업 대표의 미덥지 못한 존재감은 부산도시공사 김용학 사장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지역 업계의 절박함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수동적으로 임기만 채우려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역시 전략수립 성과 대신 외유성 출장만 잦았다는 평이 나오는 터다.
이런 비판 앞에서 부산시가 인사 책임을 크게 통감해야 한다. 조직에 동요를 남긴 채 서둘러 떠나갈 사람, 위기 상황에서도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인물을 적임자로 선택한 것은 바로 시이기 때문이다. 2년 전 부산교통공사 이종국 전임 사장도 임기 만료 6개월을 앞두고 (주)SR 대표로 옮긴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부 인물 혹은 부적격 인사를 발탁하고 있는 부산시의 인사 검증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지역 발전보다 자신의 출세에 더 관심을 기울인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지역 실정을 아는 것도, 중앙에서의 정치력을 지닌 것도, 참신한 인물도 아니었다.
지역 공기업의 대표는 지역의 공공복리와 함께 사회적 경쟁력을 주도해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자리다. 결코 중앙 기관이나 정부 공기업으로 가기 위해 잠시 거치는 징검다리일 수 없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바뀌려면 부산시가 더 이상의 부실 인사가 없도록 엄격한 검증 절차를 새로 세워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장을 임명할 때는 객관적이고도 투명한 절차 속에서 지역과 업무에 대한 이해도와 추진 능력을 반영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부산시의회도 인사검증 절차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꼼꼼한 시스템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