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서 12개국 정상회의
룰라 “남미연합 재건” 호소

30일(현지 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남미 12개국 정상회의 모습. AFP연합뉴스

남미 12개국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중심의 국제질서에 맞서 본격적인 지역·경제통합 모색에 나서고 있다. 특히 남미 국가들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달러를 대신할 지역 공통 화폐 도입을 구체화하자는 제안을 내놓는 등 세계 무대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30일(현지 시간) 브라질리아 이타마라치 궁전에서 남미 12개국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타마라치 궁전은 브라질 외교부 청사 명칭이다. 개최국인 브라질을 비롯해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파라과이, 수리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11개국 정부 수반이 모두 참석했다. 시위대에 무리한 진압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는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만 불참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이념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통합 노력을 방해하도록 내버려 뒀다”며 “그간 우리는 대화와 협력 메커니즘을 포기했고, 그것으로 우리는 모두 패배한 것과 다름없다”고 운을 뗐다. 분열을 끝내고 재통합의 길로 나아갈 것을 강조한 그는 “어떤 나라도 현재의 다양한 위협에 홀로 맞설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함께 행동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브라질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회의의 주요 목표는 보건, 기후변화, 국방, 초국가적 범죄 퇴치, 인프라,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각국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동시에 남미 협력 의제를 재활성화하는 데 있다.

룰라 대통령은 “지역 외 통화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달러 대신 지역 공통 화폐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자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취임 전 가칭 ‘수르’(스페인어로 남쪽이라는 뜻)라는 구체적인 화폐 명칭 구상까지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또 지난 1월 취임 전부터 강조했던 남미국가연합(우나수르) 재건 노력도 호소했다. ‘남미판 유럽연합’으로 불리는 우나수르는 2008년 룰라 2기 정부 당시 브라질리아에서의 합의에 따라 남미 12개국 참여로 창설됐으나, 결속력 약화로 간판만 남아 있는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