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상습 학대해 놓고 반성 없는 교사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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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등에 기념일 사진 게재
가해 교사들 사건 축소 의혹
처벌불원서·선처탄원서 받기도
피해 학부모 “엄중 처벌” 촉구

장애아동 상습 학대 피해 학부모들이 31일 진주시청에서 가해 교사의 처벌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현우 기자 khw82@ 장애아동 상습 학대 피해 학부모들이 31일 진주시청에서 가해 교사의 처벌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현우 기자 khw82@

경남 진주시 A 장애아동 전담 어린이집 상습 학대 교사들이 경찰 조사(부산일보 5월 17일 자 3면 등 보도)를 받은 뒤 SNS에 여행과 기념일 사진 등을 게재해 논란이 인다. 피해아동 학부모들은 반성하는 자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31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어린이집 아동 학대 피해 학부모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아동 학대 어린이집 책임자인 원장에 대해 2차 가해자로 구속 수사를 촉구한다”며 “아이들이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가해 교사들은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가해 교사 B 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지난 4월, 기분전환이라며 남자친구와 여행을 다녀왔고 이를 버젓이 SNS에 올렸다. 또 다른 가해 교사 C 씨 역시 남자친구와 500일 기념일을 챙기는 일상을 SNS에 게시했다. 이들 두 교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4명 가운데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경찰에 입건된 다른 교사들 가운데 일부는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피해아동 학부모들은 해당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동 학대 수위를 축소해 학부모들에게 전달했고 이후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학대 사건이 공론화 되기 전인 지난 2월 중순, 가해 교사 가운데 한 명이 학부모를 찾아 직접 사과를 했다. “장애아동을 다루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해명과 함께 CCTV 영상 2개를 보여주며 전반적인 학대 수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모가 경찰청에서 본 영상은 설명과 전혀 다른, 심각한 수준의 학대였다. 경찰 조사가 시작된 2월 20일부터 구속영장 발부 때까지 두 달여 동안에는 아예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부모들은 관리책임자인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말하며 피해아동 학부모들에게 처벌불원서를, 재원 중인 아동 학부모에겐 선처탄원서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 피해아동 학부모는 “사과가 아닌, 상황을 모면하려는 말로 느껴졌다. 구속이 기각된 한 교사가 사과를 했지만 이런 SNS를 보고 나니 받아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CCTV 전담자를 지정하는 것으로는 학대가 근절되지 않는다며, 실효성 있는 법안 신설과 장애아동 어린이집 확충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거리로 나와 시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온라인 서명 동참을 요청했다.

한편 해당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사회복지법인은 이날 사과문을 배포했다. 법인은 “설치 당사자로서 교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점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어떠한 법적 처벌과 행정처분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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