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멋지고 애달픈 음악가의 삶 그리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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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콩나물을 찾아서/김창욱

잃어버린 콩나물을 찾아서 잃어버린 콩나물을 찾아서

“음악비평이란, 음악작품이나 음악문화 현상에 대하여 그 가치, 우열, 미추 등을 논해 평가하는 글을 말한다. 가치판단을 전제로 한 음악비평은, 그런 까닭에 엄밀하고 정치하게 쓰여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음악비평은 지나치게 딱딱하고 규범적이어서 수용자 대중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공감이 즐겨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잃어버린 콩나물을 찾아서>는 부산의 음악평론가인 김창욱 전문예술단체 음악풍경 대표가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펴낸 음악에세이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에세이적 비평, 혹은 비평적 에세이를 선보이며 음악비평의 새 지평을 선보인다.

책에는 악보 속 콩나물을 연주하는 멋지고 애달픈 음악가의 삶이 펼쳐진다. 대중들은 흔히 웅장하고 우아한 클래식 음악 공연과 말쑥하고 멋들어진 정장을 차려입고 무대를 장악하는 음악가를 떠올린다. 그러나 무대 밑 지역 음악가의 현실은 팍팍하기만 하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 종사자들의 일화들을 풀어놓으며 이러한 현실을 진솔하게 전한다. 이렇다 할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도 없고, 예술과 금전을 결부시키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는 분위기 때문에 발생하는 해프닝, 빚을 내면서 오케스트라를 이어가는 동료 음악가들이 나온다. 그런데도 그들은 콩나물 그려진 악보를 소중한 듯 껴안으며 무대로 향한다. 무대 밑의 애달픈 일상과 무대 위의 박수갈채 사이에서 그들이 사랑하는 음악과 음악의 길을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영향을 받은 노래들의 단상도 엮었다. 1970년도 유행했던 CM송 ‘부라보콘’을 들으며 큰형이 처음 사주었던 아이스크림 속 도회지의 맛을 느끼고,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절대 부르지 않았던 ‘점이’를 들으며 마음 따뜻했던 군대 선임을 떠올린다. 김창욱 지음/해피북미디어/271쪽/1만 8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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