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사퇴’ 후폭풍, ‘부실검증’ 이재명 리더십 타격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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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이 대표 정치적 책임 제기
“인사 참사, 이 대표 체제 한계”
친명계 ‘당내 반발로 사퇴’ 분석
진영 대치로 당내 갈등 일파만파

더불어민주당이 ‘이래경 사퇴’ 후폭풍으로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앞줄 왼쪽)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장에서 최원일(앞줄 가운데) 전 천안함장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뒤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래경 사퇴’ 후폭풍으로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앞줄 왼쪽)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장에서 최원일(앞줄 가운데) 전 천안함장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뒤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래경 사퇴’ 후폭풍으로 흔들리고 있다. 당내에서도 “졸속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이재명 대표가 ‘인사 참사’를 일으켰다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친명계에선 “불법과 비리가 있어서 사퇴한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친명계가 공세적 전략을 고수하면서 당내 갈등은 ‘수습 불가’로 치닫는 모습이다.

사단법인 다른백년 이래경 명예이사장이 지난 5일 혁신기구 수장으로 임명된 뒤 불과 10시간 만에 ‘천안함 자폭’ 등 과거 SNS 글 논란으로 사퇴하자 민주당에선 ‘이재명 책임론’이 제기됐다. 친명 성향의 강경파인 이 이사장을 ‘깜짝 임명’한 이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졸속, 부실 인사 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이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책임 문제도 분명히 물어야 한다”면서 “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지키기 대책위’ 등 ‘친명’ 활동을 한 인사를 혁신기구 수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결국 이 대표 체제의 강화를 목적에 둔 것 아니냐”면서 “이 대표가 하루라도 빨리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중립 성향의 의원들도 “이쯤 되면 이 대표가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친명 성향이 분명한 인물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운 것은 당내 여러 세력을 안고 가는 게 아니라 친명계 중심으로 가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2차 체포동의안 제출이라는 변수도 있는데 이 대표가 무슨 생각으로 저런 행보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의 지도력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친명계는 비명계에 책임을 돌렸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 이사장 사퇴와 관련, “외부에서 공격하는 게 아프겠느냐, 내부에서 공격하는 게 아프겠느냐”면서 당내 비명계의 반발에 따른 사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이재명을 지지했으니까 안 된다, 이재명 사당화냐, 라는 논리까지 나온다. 국민의 절반이 이재명을 지지했는데 그 절반을 빼고 윤석열을 지지한 사람 중에서 뽑아야 되느냐”는 태도를 보였다.

친명계에선 ‘천안함 자폭’ 등 이 이사장의 SNS 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 이사장은 불법과 비리가 있어서 사퇴한 것은 아니다”면서 “잘못된 의견을 제시한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천안함 발언’ 등에 문제가 없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이 이사장의)개인의 의견”이라고 답했다.

당내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친명계는 향후 혁신 방향과 관련해서도 대의원제도 폐지 등의 주장을 이어갔다. 대의원제도 폐지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키우고 영남권의 과소비례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많다. 이 대표와 친명계가 사실상 ‘당권 지키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질서 있는 퇴진’은 어려워진 상태다.

국민의힘은 맹공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이사장 인선에 대해 “민주당의 혁신이 아무리 급하다지만 어느 때보다 신중했어야 하는데도 상식 밖의 인물로 이미 국민에게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도 “친북·종북적 인식에 기초해 천안함 폭침과 관련, 억지와 궤변을 주장하고 생존 장병에 반감을 드러내는 모습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고 비난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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