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혈투'라 쓰고, '졸전'이라 읽는다…롯데·KT 12회 연장전, 감동은 없었다[김한수의 치고 달리기]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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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KT에 6-7 연장 12회 역전패
롯데 4연패 ‘수렁’, KT 5연승 ‘질주’
양팀 합계 볼넷 14개. 삼진은 25개
심판진의 어이 없는 판정도 큰 비판

롯데 자이언츠 타자 전준우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시즌 9차전 경기에서 7회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타자 전준우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시즌 9차전 경기에서 7회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연장 12회까지 가는 그야말로 ‘혈투’였다. 하지만 경기 시간 4시간 50분을 넘겨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야구장을 지킨 야구팬들에게 감동은 없었다. 볼넷과 삼진에 속출하는 ‘졸전’에 야구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경기를 매끄럽게 이끌어야 할 심판마저 어이없는 판정을 거듭했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우여곡절 끝에 끝난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시즌 9차전이 바로 그 경기다.

롯데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9차전 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6-7로 역전패했다. 롯데는 리그 8위 KT에 홈 3연전을 모두 내주며 시즌 첫 스윕패와 함께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롯데는 4연패에 빠지며 29승 22패(승률 0.569)를 기록하며 4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차가 1.5 경기까지 줄어들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댄 스트레일리는 8일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서 5이닝 5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투수 댄 스트레일리는 8일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서 5이닝 5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 댄 스트레일리가 5이닝 5실점, 조기 강판되면서 KT에 경기를 내주는 듯했다. 롯데는 베테랑 전준우의 동점 투런 홈런을 포함해 7회에만 5점을 뽑아내며 동점을 만들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롯데는 6-6 동점으로 접어든 연장전에서 끝내기 득점 기회를 마련했지만 점수를 추가하지 못했고, 결국 12회 초 KT의 스퀴즈 번트에 점수를 허용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롯데는 4연패 수렁에 빠졌고, KT는 5연승을 달렸다.

이날 롯데와 KT 선수들은 연장 12회, 경기 시간 4시간 50분을 넘어가는 혈투를 벌였다. 두 팀의 선수들은 전날 7일 경기에서도 연장 대결을 펼쳐 매우 고된 두 경기를 소화해야만 했다. 특히 롯데 포수 유강남은 롯데 투수들의 포크볼을 20회 가까이 온몸으로 막아내며 유니폼이 먼지투성이가 됐다. 사직구장을 찾은 롯데 팬들은 유강남의 헌신적인 플레이에 큰 박수를 보냈다.

두 팀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집념은 위대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곱씹어 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시즌 9차전에서 연장 12회에 6-7 역전패를 당했다. 롯데 포수 유강남은 몸을 아끼지 않는 블로킹을 선보이며 롯데 투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시즌 9차전에서 연장 12회에 6-7 역전패를 당했다. 롯데 포수 유강남은 몸을 아끼지 않는 블로킹을 선보이며 롯데 투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날 경기에서 롯데와 KT 투수들은 볼넷을 남발했다. 롯데와 KT는 상대 팀 타자들에게 각각 11개와 4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번번이 나오는 볼넷에 경기 흐름은 뚝뚝 끊겼다. 치열한 타격전 또는 팽팽한 투수전을 기대했던 양 팀 팬들에게는 흥미롭지 않았다.

양 팀 타선도 타석에서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롯데와 KT 타자들은 이날 경기에서 각각 11개와 14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화끈한 타격전을 기대하기에는 삼진이 너무 많았다.

심판진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도 팬들에게 비난을 샀다. 롯데는 연장 11회 말 선두 타자 김민석이 볼넷을 얻어 1루에 출루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정훈은 번트를 시도했다. 공은 파울 선상 밖에 떨어졌다. KT 1루수 이상호는 정훈의 타구가 땅에 닿은 이후 글러브로 공을 잡았다. 주심이 서 있던 곳에서 불과 3m도 안 되는 위치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맨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명백한 파울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정훈은 8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9회 말 2루타를 치며 이날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정훈은 8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9회 말 2루타를 치며 이날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하지만 주심은 정훈의 타구를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판정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곧장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파울임을 강조하며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결국 주심의 원심을 번복해 파울을 선언했다. 양 팀의 승리와 패배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주심의 판정은 정확하지 못했고, 롯데는 비디오 판독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야만 했다.

어떠한 야구 경기도 같은 경기는 없다. ‘야구는 드라마·인생과 같다’는 말은 한순간 한순간 바뀌는 야구의 ‘맛’을 표현한 관용구다. 바로 그 매력에 야구 팬들은 열광하며, 스포츠는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롯데와 KT의 사직구장에서 열린 8일 경기는 야구팬들이 열광하기에는 부족함이 컸다. 연장 12회 승부라고 하지만, 경기 질은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연장 승부’의 기존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8일 밤 11시 30분을 넘겨 지인들과 사직야구장에서 나온 한 롯데 팬은 자조 섞인 한마디를 남기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져도 좋은데, 이런 한국 야구는 참 보기 힘드네.” 롯데 팬의 이 한마디가 주는 울림은 컸다.

롯데 팬들은 물론 야구 팬들은 각자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느낌을 갖고 야구장을 떠나길 원한다. 그래야 야구장을 찾고, 또 찾는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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