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돌려준다” 나몰라라 임대인에 세입자는 ‘피눈물’
금정구 오피스텔 9세대 분통
법인 소유 건물 체납 등 압류
돈 달라해도 불경기 탓 변명
선순위 불구 이사 못 해 발동동
부산 금정구의 한 오피스텔 세입자들이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세입자들은 임대인이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 책임을 세입자에게 전가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12일 〈부산일보〉 취재 결과 부산 금정구의 한 오피스텔 총 48세대 중 9세대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오피스텔 입주자들은 현재까지 돌려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은 2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한 호실당 1억 8000만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전세 보증금이 형성돼 있고 주로 2021년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오피스텔 세입자들에 따르면 2019년 12월 재건축 방식으로 세워진 이 건물은 현재 신탁 명의를 제외한 임대인의 법인이 20여 세대를 소유하고 있다. 이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세대 대부분은 세금 체납으로 구청 압류가 걸려있는 상태다.
세입자들은 임대인이 법인 여러 개를 설립해 갭투자 방식으로 연달아 대규모 부동산 사업을 벌인 것으로 추정한다. 세입자들이 파악한 이 임대인 소유 법인만 15개가 넘는다. 올해 상반기 전세 계약이 만료된 세입자들은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자금줄이 막혀 당장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임대인의 통보만 받았다고 한다.
그나마 건물에 근저당이 없고 세입자들 대부분이 선순위 임차인이라 경매가 진행되면 낙찰된 집값을 먼저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현 상황에서 경매가 진행돼도 경매가 수차례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 보증금을 모두 보전해주며 낙찰받으려는 사람이 나타날 확률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우려한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법적인 절차를 거치려면 일상 생활을 포기할 만큼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전세 계약이 만료된 세입자 A 씨는 직장을 옮기면서 부산을 떠나야 하는데도 이사를 가지 못하고 임차권 등기만 해놓은 채 그대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계속 요청을 하는데도 기다리라는 말만 있을 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선순위 임차인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인데 임대인의 책임 없는 행동에 황당하다. 합당하게 계약을 마친 세입자가 언제까지 전세 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임대인에게 매달려야 하는지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세입자 B 씨 역시 지난달 계약이 만료됐는데 임대인이 지금 당장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주니 기다려달라는 말만 남겼다고 하소연했다. B 씨는 "보증금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시간이 너무 고통스럽다. 왜 세입자가 오롯이 이 같은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해당 오피스텔 임대인은 세입자들 선순위 확보도 다 해줬고 보증보험 가입도 권유도 적극적으로 권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임대인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뿐더러 대출도 안 되고 들어오는 전세 세입자도 없어 복합적인 이유로 당장 보증금을 못 돌려주고 있는 상황이다.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일부 세입자들은 이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을 조만간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