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장 개척” 화두…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폐막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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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에든버러’ 예술감독에 관심 높아
중국은 뮤지컬 분야 협력에 기대
시나르-부산문화재단 업무 협약도

내년 해비치 리모델링으로 호텔 사용 못해
한문연은 부산 타진… 부산시 입장 못 정해
14일 인천 개최 의사 보여 유치 경쟁될 수도

제주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지난 12일 열린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가 토론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제주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지난 12일 열린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가 토론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지난 12일부터 나흘 동안 제주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페스티벌)은 국내외 200여 개 문예회관과 문화예술 관련 기관, 300여 개 예술단체 등 관계자 3000여 명이 참석한 역대급으로 치러졌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 부산·울산·경남지회만 해도 28개 기관 104명이 참석했다. 개인 예술가와 한문연에 소속되지 않는 예술 단체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아진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이승정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이승정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식 전경 사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식 전경 사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새 공연예술 시장 개척 관심

올해 해비치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목받은 개막 포럼의 경우도 ‘국내외 공연장 간 공연예술 교류 및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시의적절한 주제 덕에 문화예술 관계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한문연 이승정 회장은 “페스티벌 슬로건인 ‘개척(PIONEER)’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자는 포부를 담고 있다”며 “오래전 인류의 개척에는 총과 칼이 쓰였지만 이제는 문화예술로 세상을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위원장은 ‘문화예술의 사회 경제적 가치 창출과 지역 소멸 위기 대응’을 발표했다.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문화예술이 가진 힘을 활용하자는 제안이 신선했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포럼에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발표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포럼에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발표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정 위원장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산업 시장 규모는 세계 7위로, 사회통합과 공공외교에 있어 문화예술은 그 중심”이라면서 “어느 지역에서나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면 지역소멸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지역 문예회관 등에서 많은 관객이 오는 공연을 위주로 초청하다 보니 공연 편중 현상이 심화하고 클래식 음악이나 무용 등 순수예술이 커 나가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면서 “순수예술, 기초예술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지역소멸의 문제 역시 문화예술을 통해서 해결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포럼에서 윌리엄 버뎃-쿠츠 에든버러 어셈블리 홀 극장장이자 페스티벌 예술감독이 발표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포럼에서 윌리엄 버뎃-쿠츠 에든버러 어셈블리 홀 극장장이자 페스티벌 예술감독이 발표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첫 내한 ‘에든버러’ 예술감독 주목

올해는 또 해외 유수의 공연예술 페스티벌을 이끄는 관계자들이 제주를 찾아 개막식부터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페스티벌 기간 내내 제주에 머물면서 개별·단체 미팅과 인터뷰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영국 에든버러 어셈블리 홀 극장장이자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윌리엄 버뎃-쿠츠에 가장 많은 인터뷰 의뢰가 쏟아졌다.

윌리엄 예술감독은 “국내 작품의 국제적인 확장을 위해서는 언어의 차이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사전에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방문해 현지 관객들의 반응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넷플릭스 시대에는 사람들이 다른 언어로 뭔가를 읽거나 무대 공연을 보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언어 기반이 아닌 방식의 마술, 춤 같은 공연 형태가 관객에게 접근하기 좋다고 생각한다”며 “에든버러 페스티벌 이후 많은 순회공연을 한 ‘점프(Jump)’는 좋은 사례인데,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포럼에서 왕시우친 중국공연극장연맹 부총관리자가 발표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포럼에서 왕시우친 중국공연극장연맹 부총관리자가 발표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중국공연극장연맹 부총관리자 왕시우친은 ‘모든 공간-급성장하는 산업 및 최근 생겨나는 기회’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한국의 공연예술계가 주목해야 할 시장으로 중국의 가치를 설명했다. 왕 부총관리자는 “중국은 2000만 명 이상 도시가 4곳, 1000만 명 이상도 14개 도시, 500만 명 이상의 91개 도시가 있지만, 공연장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공연 수요의 성장이 크게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그중에서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이 흥행 성공에 힘입어 뮤지컬 분야 협력을 기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포럼에서 질 도레 시나르 비엔날레 대표 겸 총감독이 발표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막 포럼에서 질 도레 시나르 비엔날레 대표 겸 총감독이 발표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캐나다 국제공연예술컨퍼런스(CINARS, 이하 시나르) 비엔날레 대표 겸 총감독인 질 도레는 ‘공연예술과 장르 및 구성에 따른 다양한 관점’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시나르 비엔날레만의 국제 네트워크 전략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지역적으로 활동하지만 글로벌한 시야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연계에선 아티스트 못지않게 에이전트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나르는 1980년 초 퀘백과 캐나다 공연 수출을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설립돼 국제공연예술마켓 중 하나인 시나르 비엔날레(CINARS Biennale)를 몬트리올에서 2년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다. 시나르는 지난 13일 해비치페스티벌을 주최·주관하는 한문연 외에 부산문화재단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산문화재단 김두진 예술진흥본부장과 캐나다 질 도레 국제공연예술컨퍼런스(시나르) 대표 겸 총감독이 양 기관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부산문화재단 김두진 예술진흥본부장과 캐나다 질 도레 국제공연예술컨퍼런스(시나르) 대표 겸 총감독이 양 기관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아트마켓 부스 전시장 앞에 참여 단체들의 작품 포스터가 빼곡히 전시돼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아트마켓 부스 전시장 앞에 참여 단체들의 작품 포스터가 빼곡히 전시돼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공연예술 유통 플랫폼 ‘아트마켓’ 성황

아트마켓은 레퍼토리 피칭과 부스 전시, 쇼케이스(부산일보 6월 15일 자 16면 보도) 등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아트마켓 오프닝으로 진행된 레퍼토리 피칭은 예술단체가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레퍼토리를 소개하고 공연 콘텐츠 공연 제작 협업을 제안했는데 28개 예술단체와 기획사 등이 참여했다. 장르별로는 연극 4건, 뮤지컬 4건, 무용 4건, 음악 3건, 전통 4건 다원 3건, 공동제작 6건이었다.

아트마켓 레퍼토리 피칭 '사계2050'의 진행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아트마켓 레퍼토리 피칭 '사계2050'의 진행 모습.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 부스 전시에 참여한 '크리에이티브 아트'. 버려진 스테인리스 농약분문기와 사용하지 않는 연습용 첼로를 결합한 업사이클(재활용) 첼로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은영 선임기자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 부스 전시에 참여한 '크리에이티브 아트'. 버려진 스테인리스 농약분문기와 사용하지 않는 연습용 첼로를 결합한 업사이클(재활용) 첼로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은영 선임기자

부스 전시는 문예회관과 예술단체로 구분해 교차 운영하면서 더욱 활발한 쌍방향 네트워킹이 펼쳐졌다. 12~13일 이틀간은 예술단체 부스로 진행됐고, 14일에는 전국 문예회관 부스로 꾸몄다.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 부스 전시 내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 부스 전시 내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해비치페스티벌에서 만난 부산시민회관 박정환 시설운영팀장은 “공연예술팀이 아니어서 아트페스티벌 참가는 처음이었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면서 “자기 작품을 조금이라도 더 설명하기 위해 애쓰는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공연 한 편을 올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예술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페스티벌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문화회관 관계자를 한꺼번에 만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단번에 작품이 초청되는 건 아니지만 여러 기관에 공연 제의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도문화예술회관이나 부산민주공원, 동래문화회관 등 기관 참가자들도 “공연 정보와 함께 제작 노하우를 교환하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반겼다.

이승정 회장은 “해비치페스티벌 아트마켓이 매년 전국 문예회관과 예술단체의 우수 작품을 발굴, 소개하는 공연예술 유통 플랫폼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6년 전통 해비치페스티벌 어디로 갈까

한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16년간 개최해 온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내년 대대적인 호텔 리모델링으로 개최 장소를 바꿔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주 내 다른 장소, 예를 들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로 이전해 개최하거나 이참에 부산 등 아예 다른 도시로 옮기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문연 측은 부산시에 공식 개최를 타진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올가을 처음 개최할 ‘부산공연예술마켓(Busan Performing Arts Market, BPAM)’으로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 관계자가 제주를 찾아 인천으로 옮겨올 것을 제안, 해비치페스티벌 이전 문제는 당분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김은영 선임기자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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