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BIFF 사유화’ 부른 이사장, 결자해지할 때다
쇄신 위한 혁신위 구성조차 차질
올 영화제 개최에도 악영향 우려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태에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BIFF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린 이번 사태는 이용관 BIFF 이사장이 전에 없던 운영위원장 직책을 만들어 그 자리에 측근인 조종국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앉힘으로써 촉발됐다. 그렇다면 사태 해결의 단초는 조 위원장의 사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물러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BIFF의 계획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데도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이 이사장은 사태 해결과 BIFF 쇄신을 요구하는 영화계 안팎의 목소리를 무시한다. BIFF의 앞날을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 이사장이 현재 보이는 행보에는 공감할 여지가 극히 적다. 이 이사장이 ‘조 위원장이 BIFF에 남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SNS를 통해 BIFF 이사들과 공유한 게 그렇다. 조 위원장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데서 나아가 BIFF 이사들까지 회유한 것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이 이사장은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의 임시총회 소집 요구도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강하게 비난했다. 남 수석은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조 위원장의 거취를 분명히 하자는 취지로 총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이를 자신의 권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부산영화인연대 등 영화인들이 BIFF에 보낸 공개 질의서에도 이 이사장은 독불장군식 태도를 보였다. 영화인들은 이사회에서 결의한 조 위원장 사퇴 권고안이 어떻게 전달됐는지, 그에 대한 조 위원장의 입장은 무엇인지 이 이사장에게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은 “답변 의무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련의 모습 그 어디에서도 사태 수습과 BIFF 쇄신에 대한 이 이사장의 의지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급기야 참다못한 영화인들이 15일 “사태 수습은커녕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킨다”며 이 이사장에게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두 이 이사장 스스로 초래한 일이라 하겠다.
BIFF가 유지된 게 올해로 28년째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인데, 그럼에도 BIFF는 운영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한 채 내부적으로 분쟁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 이유가 그동안 이 이사장이 특정 인맥 중심으로 인사를 하는 등 지나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BIFF를 사유화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의 BIFF 사태는 이 이사장으로 인한 사유화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 여파로 당장 올해 BIFF 개최조차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일부 국내외 영화인들 사이에서 BIFF 보이콧 움직임도 보인다고 하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제는 이 이사장 스스로 결자해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