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키우는 이용관 즉각 퇴진하라”… BIFF 폭발 직전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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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국 사퇴 입장 공개 질의에
이사장 “답변 의무 없다”며 일축
부산영화인연대 “더는 소통 불가”
회유·압박 사건도 퇴진론 부채질
혁신위 출범 동시에 이사회 퇴진
시민단체선 혁신위 출범안 제안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한 달째 영화계의 사퇴 요청을 받아온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 거취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석연찮게 ‘공동 위원장’으로 임명된 조 위원장뿐 아니라, BIFF 사태 수습보다 갈등을 키우는 이 이사장까지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BIFF 이사회가 조 위원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부산영화인연대는 15일 BIFF 사태 해결을 위한 부산 영화인 선언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태 수습은커녕 갈등만 증폭시키는 이 이사장 즉각 사퇴’ ‘혁신의 첫 출발이 될 조 위원장 사퇴’ ‘영화제 정상 개최를 위한 새로운 집행위원장 조속 선임’ 등을 촉구했다. 부산영화인연대는 부산영화문화네트워크, 부산독립영화협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 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가 참여한 단체다.

이번 성명은 부산영화인연대가 지난 12일 공개 질의를 하고, 이 이사장이 지난 14일 답변서를 보낸 이후 공개됐다. 이 이사장은 조 위원장의 입장을 묻는 질의에 “답변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공개 토론회를 제안하며 질의하는 모든 사안에 숨김없이 답변하겠다”고 했다.

이에 부산영화인연대는 성명에서 '이사회가 합의했던 조종국 씨 사퇴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변명을 늘어놓기 위해 토론회를 갖자는 해괴한 궤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사회가 쇄신의 첫 약속으로 발표한 조종국 사퇴조차 거부하는 이사장과 소통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부산영화인연대는 이러한 태도와 행보를 보인 이 이사장에게 즉각 퇴진을 촉구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더 황당한 것은 최근 이 이사장이 벌인 일련의 어이없는 회유와 위압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사무국을 통해 이사진에게 발송한 이사회 회유 문자 사건, 정당한 총회 소집을 요청한 남동철 집행위원장 권한대행에게 보인 고압적 태도, 부산시의회에 조 위원장 사퇴에 대한 왜곡된 의견 전달 등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각종 문제가 터져 나오는 이번 BIFF 사태는 지난달 9일 신설된 ‘공동 위원장’에 이 이사장 최측근인 조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촉발됐다. 석연찮은 인사에 반발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사표를 내고 BIFF를 떠났다. 조 위원장 임명으로 영화제 사유화 논란에 휩싸인 이 이사장은 결국 지난달 15일 사태를 수습한 후 퇴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자 부산 시민단체들은 15일 BIFF 정상화를 위한 긴급 제안에 나섰다. 영화영상도시실현 부산시민연대는 이사회와 임시총회를 열어 영화제 상황 악화를 초래한 조 위원장 해임을 안건으로 논의해 처리하자고 했다. 이들은 BIFF 정관 제12조 2호에 ‘임원 간의 분쟁’ 조항을 적용하면 해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영화영상도시실현 부산시민연대는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부산민예총, 부산YMCA, 부산YWCA,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참여한 단체다.

다음 달까지 ‘부산국제영화제 혁신·발전위원회’를 출범하자는 안도 제시했다. 임시총회에서 이사회 권한과 기능을 이양하는 동시에 이사진은 사퇴하자는 내용이다. 남 수석 프로그래머가 집행위원장 권한대행 역할을 합법적으로 수행할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혁신·발전위원회는 정지영 감독이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부산과 서울의 영화계, 부산 시민단체, 부산시가 협의해 구성하자고 했다.

이 이사장은 그와 조 위원장 사퇴뿐 아니라 조직 쇄신 요구가 거세진 15일 정작 다른 사안으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31일 ‘BIFF 전 직원이 허 전 위원장에게 성희롱 등을 당했다’는 의혹을 담은 기사가 보도됐는데, 이 사건 처리 과정 등에 대해 뒤늦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BIFF 측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권고 절차에 따라 내부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 임명에 반발해 사의를 밝힌 허 전 위원장은 영화계 요구에 복귀를 결심했지만, 부산에서 해당 논의가 예정된 날 성폭력 의혹 기사가 보도되자 “사실이 아니지만 BIFF에 피해를 줄 수 없다”며 영화제에 돌아오지 않았다.

BIFF 이사들은 15일 오후 5시 30분 5차 임시 이사회를 열었다. 긴급하게 열린 이번 이사회는 안건 없이 진행됐다. 혁신위원회 준비위원회 활동 중단, 조 위원장 사퇴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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