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폭행·협박 당했다” 증언
성매매 강요 혐의 적용될 수도
“동거녀도 공동정범” 1인 시위도

성매매 강요가 4세 여아의 죽음으로 이어진 ‘가을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성매매 강요 과정에 조력자로 지목된 동거녀의 지인을 조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성매매를 강요받은 가을이 친모에게 수개월 간 폭행과 협박을 했다는 증언이 나온 만큼 가을이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 남성의 역할도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15일 〈부산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가을이 친모 A 씨의 성매매 초기였던 2021년 동거녀 B 씨의 남성 지인 C 씨도 6개월 가량 B 씨의 주거지에서 같이 생활했다. 10여 평의 비교적 좁은 아파트에 B 씨의 남편을 포함해 어른 4명, 가을이와 B 씨의 자녀 2명 등 모두 7명이 생활했던 것이다. 어른들은 모두 20대였고, 아이들은 모두 10세가 안 된 아동이었다. A 씨는 C 씨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마땅한 거처가 없어 B 씨의 집에서 수 개월간 생활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C 씨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은 지난 6일 열린 B 씨(성매매 강요, 아동학대살해 방조 등)의 공판에서 처음 나왔다. A 씨는 이날 증인으로 나와 C 씨를 지목하며 성매매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폭행과 협박을 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지난 13일 자신(아동학대 살해 등)의 결심 공판에서도 표정 관리를 못 하거나, 성매매를 힘들어 하거나, B 씨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일이 있으면 C 씨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증언했다. C 씨가 있었기 때문에 동거인들 사이에 상하 관계가 명확해졌다는 취지였다. A 씨는 “C 씨를 무서워하게 됐고, 눈치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A 씨의 이런 주장은 앞선 검찰,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수사 당시 A 씨는 “B 씨는 가을이 죽음에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등 B 씨와 관련된 진술엔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후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은 사실이 알려져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변호인의 도움을 받게 되자 A 씨는 동거 기간에 있었던 일을 증언하기 시작했다. A 씨는 “당시 B 씨에게 정신적 의존이 심해 다 안고 가야 할 줄 알았다”고 밝힌 바 있다.

C 씨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경우 C 씨의 혐의는 단순 폭행을 넘어 성매매 강요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아직 A 씨의 법정 증언 외엔 뚜렷한 폭행 정황이 남아 있지 않아 실제 폭행이 있었는지 여부를 단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이날부터 친모 A 씨와 B 씨를 공동정범으로 보고 아동학대와 관련된 엄격한 법 집행을 촉구하는 1위 시인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서 온라인 서명 활동도 진행 중이다. 협회는 성매매 강요와 별개로 A 씨는 가을이를 방임하고 학대한 죄가 크고, B 씨는 사실상 공동육아자로 방임과 학대의 당사자이므로 죄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